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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김용석 (천년의상상, 2016)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 8점
김용석 지음/천년의상상


수. 노래하는 노동자. 사람. 사람들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 김광석을 위한 이야기를 김용석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붙일 수 있겠다. 김광석은 우리였다고. 얼마 전 그가 남긴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여 발표하는 기획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런 만큼 시간이 흘러도 그가 우리 곁에 놓아둔 흔적들은 여전히 유효하다(개인적으로는 가사를 덧붙이지 않고 그저 그대로 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긴 했으나). 김광석이 노래하는 음악뿐 아니라 특히 노랫말에 있어서는 아무리 시간의 틈이 있다 한들 우리 삶 곳곳을 파고든다. 본문을 인용하자면 이런 식이다. 「'몇 시야?'라는 평범한 질문을 살짝 비틀어 '시간이란 뭘까?'라고 묻는 순간 모든 게 확 달라진다.」 김용석의 말대로 일순 세상이 물구나무서며, 몇 시냐는 물음에는 바로 답할 수 있지만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 데에는 말문 자체가 막히고 말기 때문이다. 노랫말이라 하든 철학이라 하든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에는 그런 무한한 생명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과연 얼마나 온전히 이해하겠느냐만, 얼마나 온몸으로 부대끼며 느끼겠느냐만,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노랫말처럼 역설과 유희를 통한 극복과 타개의 몸부림은 언제고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그래서 이따금 그가 '민중'과 '낭만'만으로만 부각되는 것이 다소 저어될 때가 있다. 한쪽에선 삶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부의 발췌만으로 의미를 협소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부르기'가 흡사 '마지막으로 부르기'처럼 엄중해지고 언어의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고 성기게 만나는 것은 우리가 곧잘 세상만사 즐거움이 없는 상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텐데, 그 속에서 입맛대로 이것저것을 골라 달큼하게만 맛보려 해서는 안 된다. 김광석이 이 세계의 모든 낱말을 노랫말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내어준 시간의 생명이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