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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무업 사회』 구도 게이, 니시다 료스케 (펜타그램, 2015)

무업 사회 - 8점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펜타그램


년들이 노년층에 비해 월등히 많았고 지속적인 성장세가 보이던 때.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지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한 믿음이 청년들의 가난과 무직을 미덕으로까지 보이게 했던 시절은 이미 흘러갔다. 특정된 직업 없이 파트타임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 쪽의 수입이 대기업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의 연봉보다 더 낫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일본에서의 일 년간의 생활에서 (순수하게 경제적인 개념으로만 보자면) 느낀 것은, 이렇게 파트타임만 평생 할 수 있다면 먹고사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는 것이었다(당시 나는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한 달 총수입은 최소 20만 엔이 넘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면 정규직으로 확실히 취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은 거의 없을 거라 한다(한국도 매한가지). 니트, 프리터 등의 단어로 표현되기도 하는 오늘날 청년의 이미지는 누가 만들었는가? 얼마 전 일본 방송의 일부를 잠시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우리 아버지 세대와 청년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약하다,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지금의 청년들은 도전하지 않는가, 이것이 어느 중장년의 말이었고, 이에 답하는 청년의 말은 대략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 지금의 사회는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기성세대인 당신들이다, 당신들이 만든 세계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전을 하라느니 말라느니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 되었지만 하여튼 그런 뉘앙스를 풍겼던 청년의 답변이 기억난다. 『무업 사회』는 일전에 읽었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후자의 행복은 포기된 행복이며 전자의 무업은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무업이라 해도 좋을 것만 같다('어느 기업에서건 경력자만 채용하고 있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 가서 경력을 쌓으라는 건가'처럼 꾸짖음과 같은 농담이 떠오른다). 부모에의 의존에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오랜 무직 기간에 의지가 꺾이고, 수도 없이 받은 불합격 통지에 스스로를 구석으로 내몰고, 이력서의 공백이 마치 범죄자의 그것처럼 여겨진다. 고된 노동보다 일할 수 없는 괴로움이 더 크다는 청년들(「취직 안 하니?」 「전 문과(전공)인데요.」 이런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 나 또한 그들 중의 하나다). 이러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사회생활 속에서 노동하지 않으면 해당 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박탈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고, 더불어 인간관계 또한 협소해져 사회 안쪽으로 진입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무업 사회는 사회의 인식과 안전망의 미비 속에서 탄생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추상적 시스템과 메커니즘이 여간해서는 쉬 전환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고통이라니. 그들이 느껴야 할 노동의 기쁨과 보람은 어디쯤에 있는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