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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멜라니 킹 (사람의무늬, 2011)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 8점
멜라니 킹 지음, 이민정 옮김/사람의무늬


확실하고 삶은 불확실하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삶은 불완전하지만 죽음은 완전함 그 자체」이다. 그런데 조기 매장 ㅡ 사후 섣불리 입관 및 매장이 진행되어 ㅡ 으로 인해 관 속의 망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삶보다 죽음 쪽이 불확실하다고 해야 할지도. 나는 실제로, 무척 진지하게, 이런 일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죽은 뒤 매장이 되었는데 한참 후 내 눈이 번쩍 뜨인다면! 깔끔하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죽음 이후의 처리는 화장(火葬)으로 하기로. 이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죽는 방법'이다. 어쨌거나 '불확실한 죽음'이 발생한다면 망자의 쉼터가 되어야 할 묘지는 생매장이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혼란 속의 지옥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실제로 2005년 BBC 뉴스에는, 생매장당할 것을 우려해 사망 후 자신을 땅속에 묻을 때 휴대전화를 같이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는 터무니없는 공상 과학 소설처럼 읽히지 않는다. 그 어느 누구도 영화 《쏘우》처럼 자신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지켜보며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죽음은 그 자체로서 영원하다. 죽음에 대한 상념이라고 할 수 있는 복잡다단한 감정은 영원히 지속될지라도. 지금도 죽음은 섹스와 함께 터부 중의 터부로 남아 있는데, 시간과 죽음이란 건 인간을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것만 같다. 이건 아마도 삶이 지닌 특징 중 하나가 유한성이라는 것에서 기인하기 때문일 거다. 책은 조기 매장과 그 대응, 도굴과 이장, 유해, 방부 처리, 추모, 범죄, 감식 등 제목처럼 죽음의 카테고리를 총망라해 다룬다 ㅡ 게다가 시신을 먹는 풍습이 식인 행위가 아니라 고인에 대한 애틋함과 존경의 표시라면 어떨는지? 쉴러의 「인생은 한 번, 죽음도 한 번, 태어남도 한 번, 소멸도 한 번뿐이다」라는 시구처럼 우리는 딱 한 번(당연하다!) 죽는다. 문제는 그 단 한 번뿐인 죽음이란 것은 영원한 것이며 돌이킬 수도 없으며, 심지어 내 죽음을 스스로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것. 하긴 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더 끔찍하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