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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미쓰다 신조 (비채, 2013)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낙에 '고립', '민속 신앙'과 같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지라 도조 겐야 시리즈는 꼭꼭 찾아 읽고 있다. 번역된 시리즈 중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다음으로 흥미롭다고는 생각하나, 끝까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것들이 꽤 많다. 끝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의 행방, 표지를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 놓은 것(첫 번째 의문과 이어져 있기라도 한 것일까), 소후에 시노가 느낀 '무엇'의 정체…… 만약 이것들이 단지 독자된 입장에서만 느낀 다소 비약된 것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부러 의도된 것이라면, ㅡ 전작에 이어 재등장한 소재 또한 있으니 ㅡ 그렇다면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의 속편은 반드시 나오고야 말리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없다). 어쨌든 이 소설은 '미즈치'를 키워드 삼았다. 일단 미즈치란, 뱀 비슷한 생물로 네 발이고 입에서 독기를 뿜어내 인간에게 해를 미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뱀이란 것은 불사의 생물로 여겨짐과 동시에 불경과 외경의 이미지 모두를 가지고 있는데, 앰뷸런스에 뱀이 그려져 있는 것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줄로 안다(이쪽에는 서양의 종교, 신화 등이 얽혀 있긴 하지만).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에서는 미즈치를 물의 신으로 받들어 지내는 마을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비가 많이 오거나 가뭄일 때 바로 이 미즈치 님을 위한 제의를 지낸다. ㅡ 거기에 바칠 큼직한 호박은 머리, 대량의 미역은 머리털, 크고 윤기 흐르는 조롱박은 몸통, 가느다란 무 두 개는 양팔, 둥글고 모양이 고른 순무 두 개는 좌우 유방, 멧돼지 간은 내장, 전복은 여성의 성기, 실 뭉텅이는 음모, 굵은 무 두 개는 양다리를 상징하는 제물인 것으로…… ㅡ 물론 이것 역시 농경생활이 바탕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일종의 신앙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주민들은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자신들이 입을 피해를 심리적으로나마 그쪽에 기대게 되고 만다. 그렇다면 이에 뒤따르는 것은 일반 주민들 위에 서는 자, 즉 제의를 집전할 소위 신관의 필요성과 그의 권위가 대두되기 마련이거니와, 이것은 차후 제의의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자그맣고 편벽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굴절된 사고방식을 낳을 수 있음에 다름 아니다. 소설에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자신이 행할 제의에의 성공과 결코 실추되어서는 안 될 권위를 지키려는 ㅡ 혹은 그 무소불위함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려는 ㅡ 추악하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인물이 등장하고, 한창 제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남(神男)이 죽는 것으로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된다. 그러나 죽음은 폭포가 쏟아지는 호수 위 배에서 일어난 것이며, 곁에 있는 자라고는 신남을 제외하곤 배를 젓는 사공밖에는 없는데다가 그마저도 집배 바깥쪽에 있어 제의 동안에는 안쪽에 자리한 신남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출판사의 보도 자료처럼 '호수 밀실 살인'인 것인데, 이래서야 일반의 것들과 다를 바가 없겠으나 그럼에도 민속적 · 지역적 특색이 더해지다 보니 꽤 기묘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이 도조 겐야 시리즈를 설명하라면 개인적으로는 다소 SF 냄새를 풍기려는(그런 의지가 보인다) 교고쿠 나쓰히코와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 그 사이쯤에 위치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째 기술하려는 것 하나하나가 헤살이 될 지경이어서 약간의 조바심과 근질거림에서 주춤하고 있는 중이다…… 아아, 나는 이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다…….



덧) 이 시리즈 중 처음으로 일본 단행본판 표지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그간의 표지들이 너무 기괴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