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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한동원 (웅진지식하우스, 2014)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 8점
한동원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적인 듯 부적 아닌 부적 같은 표지로 독자를 1차로 현혹하고 책장을 넘기면 흥미로운 내용이 2차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답사기'라서 점과 점집에 관한 해박한 지식보다는 점집에 가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그 문턱 안으로 들어서서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꽤 걸쭉하고 나름대로 과학적으로다가. 신점, 사주, 성명, 관상, 손금으로 파티션을 나누어 방문하고 각 점집마다의 스타일과 방법론, 저자가 받은 느낌 등을 적었다. 나로 말하자면 꼿꼿한 9급 공무원 같은 심성을 지니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파락호에 속한다고도 할 수 없는 그저 그런 위인이고, 그렇게 때문에야말로 점집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으면서도 대체 그것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이었다. 연지 곤지 일색의 볼때기로 기억되는 무릎팍도사 때문인지 일종의 선입관도 있었으나 우연찮게 그 선입관이 사실과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테면 대뜸 반말로 작업을 시작한다든지 곤란한 질문에 요리조리 대처하는 방식이라든지 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은 그야말로 '피점술자를 들었다 놓았다' 하기에 충분하다. ①「A와 B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어느 쪽이 동쪽에 있어?」 「(머리를 굴려) 둘 다 동쪽에 있는데요.」 「아니. 어느 쪽이 더 동쪽이냐고.」 ②「그동안 엉뚱한 놈들 좋은 일만 실컷 했네. 타고난 팔자가 그래. 그런데 괜찮아, 올해부터 좋아져.」 ③「이 사주는 아웃사이더가 되어야 메인이 돼요. 처음에는 메인이 될 수가 없어요.」 ④「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괜찮아. 원체가 고독을 즐기는 성격이니까.」 이것들은 죄다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스스로가 피실험자가 되거나 자신의 지인을 실험 대상으로 하여 얻어낸 결과물이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멘트도 있다.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을 터. 뭐, 미신이라거나 과학으로 풀 수 없는 비밀이라거나, 어느 쪽이건 간에 신기방기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를 맞힌들 얻는 게 무엇이겠는가. 모름지기 점집이란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손님의 귀를 즐겁게,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러이러한 방법을 쓰면 어둠을 밝음으로 교체할 수 있다, 쯤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근미래에 그대로 완성형이 된다면 신통하다며 혀를 내두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점집으로 가는 발길을 끊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점집의 탐방 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테고. 그러므로 점이란 것을 엎어 치나 메치나 내 인생의 솔깃한 상담쯤으로 여기는 게 가장 좋을 듯싶다. 애초 점이란 게 그런 거다. 딱 떨어지는 논리로 중무장했다면 그건 처음부터 수학이나 과학이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