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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네 시체를 묻어라』 루이즈 페니 (피니스아프리카에, 2014)


네 시체를 묻어라 - 8점
루이즈 페니 지음, 김연우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근작 『냉혹한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소용이 없을 듯하다. 분명히 그때 올리비에는 살인죄를 선고받은 뒤 복역하고 있었으나 가마슈가 새삼 그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때문이다. 『네 시체를 묻어라』는 새로운 사건과 함께 그 올리비에 사건을 재수사하는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차갑고 새하얀 이미지의 퀘벡과, 그와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폐쇄적 기운이 감도는 문예역사협회. 바로 거기서 사람이 죽는다. 퀘벡, 나아가 캐나다를 기초한 인물로 알려진 샹플랭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괴짜 하나가 죽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ㅡ 루이즈 페니의 소설들은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사회배경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리고 가마슈의 부하 보부아르가 과거 사건이 벌어졌던 마을을 다시 찾는 장면이 이따금 간섭하고 있다. 루이즈 페니의 작품을 몇 권 읽어나가고, 또 이 『네 시체를 묻어라』까지 오게 되니 코지 미스터리란 수식어는 이제 떼어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느낌의, 그러니까 따뜻하게 데운 우유와 샌드위치처럼 차분히 가라앉은 고요한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가마슈의 발길이 넓어지고 있는 기분이다. 특히 샹플랭을 찾는 여정과 더불어 진행되는 올리비에 사건(『냉혹한 이야기』에서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의 반전에 이은 반전, 계속해서 가마슈의 머릿속을 맴도는 과어 어느 날의 실수와 악몽, 이 모든 것을 두고 이미 늙수그레한 가마슈의 성장담이라고 해도 좋다. 개인적으로 루이즈 페니의 서술에 박력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하고는 있으나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재미있으며, 작가 스스로도 뭔가 생각을 달리한 부분이 있는 것인지 작품이 더해질수록 이전 소설들보다 한 걸음은 더 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