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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 (비채, 2015)

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 8점
이유진 극본,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이한명 엮음/비채


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완결될 시점까지 타의에 끌려 다니며 매번 방영 시간에 맞추어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것도 고역이고, 조금 더 솔직히 털어놓으면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찾기 어려웠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하여튼 이렇든 저렇든 간에 지금껏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드라마라면 열 손가락 안쪽으로 꼽을 정도다(내가 꼽는 최고의 드라마는 <서울의 달>이다). 당연히 <실종느와르 M>도 본 적이 없으니, 『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이 출간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드라마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겐 이편이 더 나을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과거 『셜록 케이스북』과는 다른 경우) 내용을 간추린 책을 읽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말 그대로 몇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으니. 가감 없이 말해 최근 들어 장르문학을 읽으면서 가면 갈수록 범죄의 동기에 대해 더욱 눈을 두게 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보다는 '왜'에 치중하게 된 것인데, 이 드라마에서도 그러한 염려스러운 점은 드러났다. 그리고 동기와 더불어 왜 그런 방법으로 범행을 도모했는가 하는 것에도 심한 의구심이 마구 생겨나는 와중, 그렇게까지 빡빡하게 여겨서야 이 장르에 품고 있던 애정마저 사그라질 것 같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아무튼 책은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커트를 써 가며 친절한 내용 정리를 하고 있다. 총 일곱 편의 이야기를 멈춤 없이 읽고 난 뒤 이건 처음부터 영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애초 소설 등의 형태로 제작되었다면 분명히 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만 같다. 이런저런 액션은 물론이거니와 처음부터 실종이라는 주제를 택했으므로 이건 좀 더 파급력이 좋은 매체가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슬프지만 책보다는 텔레비전이 더 친숙한 세계다). 때문에 당연히 이야기는 '그(그녀)는 왜 사라졌는가'에 눈을 두며, 더욱이 그간의 텔레비전 뉴스 등을 통해 너무나도 친숙하게(!) 접해왔던 사회문제와 범죄가 얽혀든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책이 아니라 드라마 각본 자체)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범인들이 죄다 기가 막힌 천재들이라는 것(위에서 언급한 의구심이 바로 이거다). 이래서야 도저히 현실에선 범인을 추측해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고) 미약하나마 주제의식을 강조하려 했던 점은 좋았다. 지금은 '그런 얘기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야'가 아니라 외려 현실이 흉흉하고 팍팍한 탓에 어느 범죄영화나 소설을 접해도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기도 하는데, 내부 고발자와 그에 따른 은폐, 노동자의 정리해고, 청소년들에의 무관심, 돈벌이에 눈이 먼 자들, 이를테면 '약자의 실종'이 그 주안점이라는 맥락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