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_롱

『지미 헨드릭스: 록스타의 삶』 찰스 R. 크로스 (1984, 2016) 지미 헨드릭스 : 록스타의 삶 - 찰스 R. 크로스 지음, 이경준 옮김/1984 기타가 없어 다른 사람의 것을 빌려 연주하던 꼬맹이가 훗날 세지도 못할 돈을 벌어들이며 기타를 부수기로 작정했을 땐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지. 뭐, 그러거나 말거나 불멸에 가까운 히트곡 나 가 너무 말랑말랑한 탓에 차라리 느려 터진 혹은 같은 곡에 구미가 당기는 건 나 뿐만은 아닐 거다. 그런데 의 창작 뒤에 숨은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 노래는 데본(데본 윌슨: 지미가 만나던 여자들 중 한 명)이 믹 재거를 유혹하는 걸 목격하고서 만들어졌다는데, 노랫말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she drinks the blood from a jagged edge(그녀는 날카로운 칼날로 피를 마셨지).」 믹 재거가 손가락을 찔렸을 때.. 더보기
『앙팡 떼리블』 장 꼭또 (창비, 2016) 앙팡 떼리블 - 장 콕토 지음, 심재중 옮김/창비 난해하다며 비난 받았던 무서운 아해들ㅡ무서워하는 아해들.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닌 바에야 서로를 무서워하던 뽈과 엘리자베뜨가 선택한 죽음이 찬사를 받거나 무시 당하거나 하는 문제는 애초부터 결론지어져 있었다. 지저분하고 잔혹한 세계를 구축한 프랭크(『말벌 공장』)가 자신의 섬 여기저기에 구슬, 돌, 볼트, 올무 등을 숨기며 부비트랩을 완성한 것처럼 콕토의 아이들 또한 뗄 수 없는 연대를 느끼며 집 안과 테두리 속에 그들만의 습성을 채워 간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지극히 흉물스럽고 잔혹해서 외려 그것이 아름다울 수 있지 않느냐는 식의 이야기는 이 소설과 작가의 안중에 존재할 수 없는 거다. '그들만의 게임'이라 불리는 것도 실은 정체가 불확실한 유치하기 짝.. 더보기
『우주 감각: NASA 57년의 이미지들』 이영준 (워크룸프레스, 2016) 우주 감각 : NASA 57년의 이미지들 - 이영준 지음/워크룸프레스(Workroom) 빌어먹을 영화들 때문에 우주와 관련된 시설 일체가 휴스턴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시절과 달리, 이 빌어먹게 아름다운 사진들 덕분에 이제는 별의별 기계장치에도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허블 천체망원경을 보수하고 귀환하며 태양을 가로지르는(정말이지 외롭게만 뵈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달에 착륙하는 순간을 '터치다운(touchdown)'이라 명명한 아폴로 11호 비행 계획도, 이런 게 정말 있었나 싶을 만큼 어안을 막히게 만드는 미스 나사 선발 대회, 내 정강이께 난 터럭 같은 유로파의 자잘한 표면들……. 이영준의 표현대로 망막에 일어난 빅뱅일는지 모르겠다. 내 눈앞에 보이고 실제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 .. 더보기
『천사들의 탐정』 하라 료 (비채, 2016) 천사들의 탐정 -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도대체가 남자라는 종족에 얼마나 구애되었으면 일곱 편(후기를 대신해 쓴 작품마저)의 단편 제목 끄트머리에 죄다 '남자'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인가, 하는 애교 섞인 볼멘소리를 늘어놓으며 독서를 마친다.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유일한 단편집. 멱살잡이를 하고 싶을 정도로 좀처럼 작품을 내놓지 않는 하라 씨의 색다른 글쓰기. 소년, 소녀들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이야기들. 일본의 어느 독자는 이 단편집 제목의 '천사'를 어른이 되지 못한 위태로운 인간들일는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책 뒷날개에 적힌 카피('그들은 어쩌면 모두 도시의 그늘을 닮은 천사는 아니었을까')를 다시금 읽고 나니 그럴싸한 풀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금털털한 블루버드와 피스. 판에 .. 더보기
『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 2016) 결혼과 도덕 -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사회평론 왜 결혼과 도덕이 함께, 동시에 필요할까. 경제학은 음식을 입수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만 인간은 자신과 더불어 가족의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구하려 한다는 말로 책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가족이 성립될 수 있는 여러 방편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물론 러셀이 소개하고 있는 성 바울의 결혼관은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렵고도 따르기 힘든 것이긴 하지만. 왜냐하면 성 바울이 제시한 입장은, 결혼이 자손 생산이 아니라 간음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쪽에 서 있기 때문이다(이로써 현대 생활에서 이성의 지배를 벗어난 세 가지 주요한 활동으로 러셀이 언급한 것 중의 하나가 어느 정도는 명확해진다. 그는 그 세 가지로 전쟁, 사랑과 함께 종교를 말한다). 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