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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덕후감』 김성윤 (북인더갭, 2016) 덕후감 - 김성윤 지음/북인더갭 걸 그룹을 좋아한다. 덕후다? 그러면서 여성이 쓴 소설은 시시하다며 읽지 않는다. 반(反) 페미니스트이다? 걸 그룹을 좋아하지만 여성이 쓴 소설은 읽지 않는다. 덕후에다가 롤리타 콤플렉스, 게다가 현실세계에서 여성과 결별할 만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치적 성향이 모호한 위험인물로 봐야 한다? 이러한 특정 문화의 상징, 어떠한 것도 정치적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오웰식 사고방식과 결합된 하나의 결과는, 상호대립과 대항이라는 관계 속에 있다. 이따금씩 괴상한 프레임에 빠져 뒤늦게 반성조차 하기 민망할 정도의 밑바닥 대중으로 전락하는 스스로들을 돌아보며 자신이 애매모호한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거나 확실히 정리하지 .. 더보기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테리 이글턴 (책읽는수요일, 2016)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책읽는수요일 좋은 문학과 좋지 않은 문학은 있을지라도 나쁜 문학은 없다? 내가 문학에 두는 관심은 이러한 평가나 설명이 아니라 재미와 흥미다. 유익한 내용, 그야말로 딱딱하든 그렇지 않든, 유려하든 그렇지 않든, 재미가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나는 문학이 과거에 비해 발달 혹은 발전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의 것들에 새로운 이야기가 첨가되어(이것을 발전이라 한다면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모양을 바꾼 채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다만 거기에서 읽을 때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새로운 가치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고리끼에서 우리가 좀 더 현실적 과제에 맞부딪쳐야 한다는 식의 감정 이입이 가능할.. 더보기
『위대한 공존』 브라이언 페이건 (반니, 2016) 위대한 공존 -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반니 사냥꾼과 동물 사이의 교감이라니. 오늘날 그런 것이 가능키나 할까. 동물과 인간이 '같은 세계'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었을 때, 지배와 피지배가 아닌, 사육과 가축화가 아닌 '같은 세계' 속에서 얽혀있었을 때, 그때의 동물과 수렵인의 삶의 방식이라면 그들끼리의 교감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이 쉽게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은 점차 늘어났고, 그 어리고 자그마한 동물이 사냥감 혹은 일종의 가축이 되어갔으며, 동시에 동물들은 인간의 울타리 안에 머물며 짧게나마 포식자로부터 보호받았을지도 모른다ㅡ그리고 동물은 인간에게 잡아먹히거나 그들의 짐말이 되어 새로운 역할을 떠안게 된다. 사냥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동물들은 제의의 희생.. 더보기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에도가와 란포 (검은숲, 2016)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검은숲 얼마 전 일본의 3인조 록 밴드를 하나 알게 되었다. 그런데 희한하기도 하지. 그들의 이름은 '인간의자(人間椅子).' 바로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제목이다(밴드명처럼 그들의 음악 역시 란포의 작품을 제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최근 발매된 19번째 정규 앨범 『怪談 そして死とエロス(괴담 그리고 죽음과 에로스)』 커버). 그들도 그들이지만 가수의 이름에 영향을 준 란포의 작품이라니, 새삼 대단하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라서 더욱 그럴는지도. 마쓰모토 세이초와 더불어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읽는 추리, 범죄소설 역시 란포의 것인데, 그가 남긴 유명한, 그리고 이제는 상투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더보기
『창백한 잠』 가노 료이치 (황금가지, 2016) 창백한 잠 -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황금가지 잔잔하고 소박하달까. 말미에서 드러난 반전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가리켜 묘사한다. 혼자서는 나쁜 짓을 할 용기가 없어서 누군가를 끌어들이고 싶고, 나쁜 짓을 하기 전에 미리 누군가의 허가를 받아 두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고. 나쁜 짓을 하는 자신을 막아 줬으면 하고 자기도 모르게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깨끗한 거리에 주저하다가 어느 한곳에 버려진 자그마한 쓰레기를 보곤 제 손에 들린 것도 버리고 싶어진다. 그러면 다음 사람도 같은 곳에 오물을 버리고, 또 다른 누군가도 자꾸만 거기에다가 쓰레기를 투척하게 된다는 이야기일는지. 『창백한 잠』은 사진집을 준비 중인 카메라맨 다쓰미 쇼이치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폐허 같은 마을의, 역시 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