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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리사 랜들 (사이언스북스, 2015)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사이언스북스 추측만 할 수 있었던 물질을 발견했다, 난제를 풀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종종 눈에 쏙 들어오는 과학적 성과들에만 귀를 기울이곤 한다. 그리고 리사 랜들은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과학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연구와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의문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하자면 과학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하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는 뜻인데, 온전히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리송한 부분이 남아있기는 하다. 과학적 식견이 딱히 없어도 읽을 만한 책인 것만은 확실하나 어딘지 모르게 내 독서와 이해력이 다소 부족한 모양이다. 쿼크, 렙톤, 핵력.. 더보기
『장정일, 작가』 장정일 (한빛비즈, 2016) 장정일, 작가 - 장정일 지음/한빛비즈 그의 말대로 나는 아직 신문이라고 하면 4절지에 인쇄된 종이 신문을 떠올린다. 윤전기 속을 지나 현관 앞으로 배달되는 바로 그 여러 장의 종이 뭉치. 그리고 거기에서 변형된 인터넷 미디어를 이야기하며 김어준을 인터뷰한다. 김어준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고민 일반에 대한 대략의 공통분모를 알게 되었다 한다. 하나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또 하나는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이 겪는 고통만 각별하다고 느끼는 것. 그러면서 말한다. 자신은 본능주의자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생겨 먹은 대로 사는 것이 장땡이란 간단한 주의. 나도 그와 판박이라면 판박이라 할 수 있겠으나 자존감 면에서만큼은 다소 떨어지는 것만 같다. 내 나름.. 더보기
『무업 사회』 구도 게이, 니시다 료스케 (펜타그램, 2015) 무업 사회 -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펜타그램 청년들이 노년층에 비해 월등히 많았고 지속적인 성장세가 보이던 때.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지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한 믿음이 청년들의 가난과 무직을 미덕으로까지 보이게 했던 시절은 이미 흘러갔다. 특정된 직업 없이 파트타임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 쪽의 수입이 대기업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의 연봉보다 더 낫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일본에서의 일 년간의 생활에서 (순수하게 경제적인 개념으로만 보자면) 느낀 것은, 이렇게 파트타임만 평생 할 수 있다면 먹고사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는 것이었다(당시 나는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한 달 총수입은 최소 2.. 더보기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김용석 (천년의상상, 2016)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 김용석 지음/천년의상상 가수. 노래하는 노동자. 사람. 사람들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 김광석을 위한 이야기를 김용석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붙일 수 있겠다. 김광석은 우리였다고. 얼마 전 그가 남긴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여 발표하는 기획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런 만큼 시간이 흘러도 그가 우리 곁에 놓아둔 흔적들은 여전히 유효하다(개인적으로는 가사를 덧붙이지 않고 그저 그대로 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긴 했으나). 김광석이 노래하는 음악뿐 아니라 특히 노랫말에 있어서는 아무리 시간의 틈이 있다 한들 우리 삶 곳곳을 파고든다. 본문을 인용하자면 이런 식이다. 「'몇 시야?'라는 평범한 질문을 살짝 비틀어 '시간이란 뭘까?'라고 묻는 순간 모든 게 확 달라진.. 더보기
『시드니!』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2015) 시드니!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비채 시드니 올림픽 관전기. 일단 개막식을 볼까나. 1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에, 전혀 트집 잡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화장실에라도 가려고 하면 '죄송합니다'를 연발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좌석과 좌석 사이가 비좁아서일까? 그래서 되도록 화장실에 가지 않도록 볼일도 미리 보고 맥주도 참는다고 했다. 나 역시도 여러 해 전 스이도바시의 도쿄돔에서 자이언츠와 호크스의 경기를 볼 때 그랬다. 좌석 옆 통로마다 맥주를 파는 분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바람에 계속해서 맥주를 들이키긴 했지만 그때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 경기 후반에 들어서는 아예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었다. 하루키는 곳곳에 화장실이 많다는 이유로 맥주 마시기 좋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