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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도덕적 불감증』 지그문트 바우만, 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책읽는수요일, 2015) 도덕적 불감증 -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책읽는수요일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얼굴을 빼쏜 악은 어떤 악마인가. 그것은 자먀찐, 불가코프, 오웰 등의 악마처럼 주소와 본부와 집행부를 가진 악마가 아니며 신도들을 소집해 기도문을 낭독할 신전을 가진 악마도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DIY, 즉 '우리가 손수 만든' 악마이다.(p.51) 특히 단편적(단속적) 텍스트, 이미지, 영상들로 넘치는 오늘날,ㅡ바우만이 인용한 표현을 써 보자. 「만약 에밀 졸라가 오늘날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서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의견을 말해야 한다면 그에게는 '나는 고발한다'라고 고함칠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ㅡ(익명성의 침식과 더불어)데카르트의 경구는 '나는 관찰된다, 고로 나는 존재한.. 더보기
『야전과 영원』 사사키 아타루 (자음과모음, 2015) 야전과 영원 -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자음과모음 미치도록 난해하고 빌어먹게 꼬부라진 말들. 감상이랄 것도 없이 대강의 요약을 통해 간략히 머릿속을 정리하는 편이 나으리라. 먼저 상상계ㅡ이미지와 애증의 세계ㅡ라는 거울(이라는 하나의 단계)이 있다. 그리고 인판스(in-fans). 말을 모르는 아이, 말이 없는 자. 능동적이기도 수동적이기도 한, 포악한 전제군주. 이 거울로 인한 단절은 (희미하게나마?)자기와 타자의 구별을 가능케 하고 이 시점에 말(파롤)의 차원인 상징계가 개입한다. 그러나 이 말, 즉 명명(命名)은 명명하는 순간 이루어지는 사물의 살해를 가져오는데, 그것은 주체를 누락시키고 결여되게 만든다. 더군다나 소쉬르가 제시한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는 라캉에 와서 전복되기까지 한다. 시니피에.. 더보기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알랭 레몽 (비채, 2015)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비채 내가 살던 집. 나뿐 아니라 내 가족이 함께 살던 집. 그 집은 오래전 다른 사람들에게 팔려버렸고, 나는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는다. 좋이 이십 년은 발붙이고 살았던 집. 지독했고, 행복했고,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바로 그 집. 내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이 함께 잠을 자던 집. 끈덕지게도 기억 속에서 끌어올리는 레몽의 빌어먹을 그 집. 내 집, 우리의 집. 문득 옛날에 내가 살던 집 앞을 지나쳤다는 친구의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 지금 그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 언제쯤 우리 가족은 그 집을 떠나왔던 것일까. 그리고 대체 그 집이 어떻게 생겼었더라. 골목에 틀어박혀있고, 마당이랍시고 길 건너 저쪽에 있는 공간에다가.. 더보기
『명리』 강헌 (돌베개, 2015) 명리 - 강헌 지음/돌베개 음양오행은 운동 능력과 에너지를 갖는 기(氣)이자, 사물을 분류해 사물 사이의 상호관계를 규정한 원리이다.(『중국 사상 문화 사전』 미조구치 유조 외, 책과함께, 2011) 그러니까 밝음과 어두움, 단단함과 부드러움처럼 대립하는 속성으로 상호 의존관계에 있는 두 기(二氣)인 음양과 각각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다섯 물질 중의 하나인 오행이 얽히고설켜 사물의 생성과 소멸을 포함한 모든 변화를 관장하는 작용인(作用因)이자 질료인(質料因)인 셈이다. 강헌이 쓴 『명리』는 명리학을 잠시 개괄한 뒤 바로 이 음양오행에서 시작한다. 대개 알다시피 명리학은 그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운명의 이치'에 관한 학문이라는 점에서일 것이다. .. 더보기
『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중앙books, 2015) 어쩌다 한국인 - 허태균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한국인들은 주체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만족시킬 만한 존재감과 자율권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 이는 허태균의 말이다. 주체성이 강하다는 맥락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긴 하나 이는 대체로 맞는 말인 것 같다(국민의 대표는 해당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여기에 부연하자면 우리는 흔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을 때, 혹은 총리나 장관의 청문회를 볼 때, 꼼꼼하게 따져본 후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프로필이나 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라도 찾아보는 데 시간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물건을 고르거나 쇼핑할 때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p.111) 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