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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인체재활용』 메리 로치 (세계사, 2010, 개정판) 인체재활용 -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세계사 학창 시절 대학병원에 부속된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염(殮)하는 보조 인원을 구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에 의하면, 그곳에 들어가면 일단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술을 내어준다고 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 혹은 몇 주간 몸에서 죽음의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내게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는 그러면서도 무더운 여름의 찝찝함을 날려 보낼 수 있으며 적지 않은 '쏠쏠한' 돈까지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ㅡ 나는 망자의 몸을 두고 얘기하면서 '쏠쏠하다'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에 약간 거리낌을 느꼈고 동시에 다른 종류의 새로운 찝찝함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과 매한가지로 순전히 호기심 충만한 꼬마둥이였던 나는 그것이 .. 더보기
『납관부 일기』 아오키 신몬 (문학세계사, 2009) 일본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굿 바이》의 원작이라는 카피가 써진 띠지가 있긴 한데, 그건 버린지 오래라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는지 찾아보진 않았지만 별로일 것 같은 기분이다. 『납관부 일기』는 그것 그대로 존재하는 게 낫다, 는 게 내 생각이다. 과거 학창시절에 영안실에서 염(殮)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했었다. 내 기억으론 시신 하나에 13만원이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결국 하지 못했다. 완력에도 소질이 없고, 강심장이기는커녕 비리비리한(지금도) 학생이어서 좀처럼 그런(!) 일은 할 수 없었다. '태연하게 죽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태연하게 사는 게' 가능하려나. 이 책을 읽은 뒤 계속 생각하고 있다. 사자(死者)를 대하면 생자(生者)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