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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클래식

『이런 이야기』 알레산드로 바리코 (비채, 2014) 이런 이야기 -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이세욱 옮김/비채 죽는 것과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아마도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진지한 일(자동차에 이름을 붙이는 데에도)이라면, 울티모(마지막 사람)를 아이의 이름으로 낙점한 부모의 의중에는 신비스런 열의와 든든한 신뢰가 깃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냄새의 자취에는 바람이 불지 않고 마음의 행로에는 질서가 없다. 울티모의 앞에는 구애되는 것이 없으며 그의 등 뒤에는 이미 걸어 온 곧게 뻗은 길과 위험한 굽이들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란 그저 남들이 다 끝내지 못하고 남겨둔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거나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마무리할 일을 시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p.93) 소설에서는 엔진이 고장 나서 도로변에 차를 세운 레이서나 사고를 .. 더보기
『구원』 자크 스트라우스 (민음사, 2013) 구원 - 자크 스트라우스 지음, 서창렬 옮김/민음사 열한 살짜리 애새끼가 대체 뭘 알 수 있겠나. 그래도 일단 내 쪽에서 접어줘야 할 것은 잭이 그 나이에 샴푸 병으로 자위를 했다는 건데, 이것만 봐도 나보다는 행동 발달이 좋긴 하다 ― 나이도 나이지만 대체 샴푸 병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알고 싶긴 한데). 행동 발달이 좋다는 건, 지(智)와 덕(德)까지 겸비할 수 있다는 건데, 나로 말하자면 지덕체에서 체(體)가 맨 앞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야말로 잭을 지지할 수 있는 요건은 갖춘 셈이다. 이것은 자신의 신체를 돌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기쁨도 슬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으로, 예컨대 조콘다의 눈썹 같은 거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없다면 왜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