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아홀로틀 로드킬』 헬레네 헤게만 (열린책들, 2010) 누군가의 서평처럼 ‘확실히 완전히 개운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Ctrl+C와 Ctrl+V만으로는 세상만사가 탈 없이 흘러가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이기주의적이고 무신경한’ 열일곱의 작가는 본문에서 이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혹은 그렇지만, 이 문제는 여기서 가차없이 빼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왜 이다지도 극찬을 받고, 미프티는 (맙소사!) 세상의 모든 원죄를 혼자서 짊어진 얼간이가 되었는가에 대한 감흥은 책 겉표지의 새빨간 아홀로틀로 대신하자. 나는 죽었다 깨도 미프티처럼은 될 수 없다. 심하게 탈골된 언어를 구사하며 마치 카타콤에 갇힌 로마 병사처럼 기는 그녀의 삶은, 당최 이해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프티는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더보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마스 만 (열린책들, 2009) 토마스 만이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제1부를 쓰고(미완성) 취리히에 있는 병원에서 죽어갈 때 부인에게 「내 안경을 주시오.」라고 말한 뒤 숨을 거두었다는데, 팬으로부터 암살당한 비틀즈 존 레논의 마지막 말인 「내가 총에 맞았어!」와 비교하면 생을 마감할 때조차 자기와 독일을 동일시한 건지 안경과 동일시한 건지 아니면 어느 지면에 발표된 것처럼 '썩 좋은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언제나 자기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보편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한 토마스 만의 중단편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그의 분신들이라 해도 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동일한 결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말하고자 했던 예술 · 생.. 더보기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1) 조지 오웰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라며 한결같이 인간이 만든 것들에 대한 경이로운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그의 숨은 걸작 『숨 쉬러 나가다』에서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한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라고(p.311). 실제로 오웰은 장신에다가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뚱보 조지 볼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라 불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험영업사원인 조지 볼링은 우연히 생긴 17파운드를 가지고 아내 모르게 시가를 사는 동시에 20년 전 떠나온 고향으로의 일탈(말이 조금 이상하지만)을 감행한다. 여섯 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낚았던 물고기, 청소년기에 읽었던 1페니짜리 소년 주간지와 소설들, 전쟁 통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20년.. 더보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열린책들, 2010) 이 작품의 쌍둥이 격인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은 언급하지 않는다. 헉은 아버지에게서 도망치고 도중에 흑인 노예 짐을 만나 함께 강을 타고 모험을 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우리는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작가 마크 트웨인(본명은 아니지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발견할 수 있다. 역자가 쓴 것처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작품의 플롯이나 주제보다는 헉이라는 인물 자체가 매력적이다. 기성세대는 그들의 가치관이 비틀렸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헉은 그가 '온몸으로' 겪은 것들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는 정말이지 셀 수도 없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헉과 짐을 비롯해 톰, 하퍼, 벤, 토미, 왓슨 아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