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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제3제국』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 2013) 제3제국 -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이경민 옮김/열린책들 나치와 전쟁이란 명제라면 우리는 이미 소설 『나치와 이발사』나 영화 《버디》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들로 인해 충분히 악마 같은 소설과 영화들을 접했으면서도 늘 (어떤 의미에서건) 전쟁과 상흔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ㅡ 인간이 꿈의 실현을 욕망한다지만 실은 그 욕망 자체를 욕망하고 있는 거라면 어떨는지. 그런 측면에서라면 소설 속 찰리의 대사가 의미심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빤한 일일 것이다. 그는 친구의 집을 찾다가 작고 까만 개를 치어 죽인다. 우도는 전에 봤던 개인지 유기견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찰리의 대답은 실로 무시무시하다. 「차에서 내려서 자세히 살펴봤거든. 같은 놈.. 더보기
『나치와 이발사』 에트가 힐젠라트 (열린책들, 2012) 나치와 이발사 - 에트가 힐젠라트 지음, 배수아 옮김/열린책들 왜 자꾸 채플린이 생각나는 거지…… 그래, 그랬다. 그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가 먼저 있었다. 영화에서 채플린은 히틀러를 풍자한 힌켈이란 인물과 유대인 이발사로 번갈아 등장했었다(여기에는 슐츠라는 인물도 나온다! 심지어 한나까지!). 힌켈과 닮은 이발사가, 여기 『나치와 이발사』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등장한다. 우선 독일인 막스 슐츠가 있고 유대인 이치히 핀켈슈타인이 있다. 이 '슐츠-핀켈슈타인' 공식은 시종일관 샴쌍둥이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둘은 어릴 적 친구였지만 슐츠는 하켄크로이츠 완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친구 핀켈슈타인과 그의 부모를 사살한다. 히틀러유겐트에서 크리스탈나흐트, 홀로코스트까지 이어지는 고리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더보기
『아Q정전』 루쉰 (열린책들, 2011) 루쉰의 단편 「아Q정전」은 그 제목의 유사함 때문에 영화 《아비정전(阿飛正傳)》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아비정전》의 마지막 대사, 그리고 나아가(또 한번의 유사성 때문에) 《버디(Birdy)》에서의 새가 되어 날고자 하는 열망을 돌이켜보자면 루쉰의 그것과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이 루쉰의 중단편집에 15편이나 되는 작품이 담겨 있다고 해도 유독 「아Q정전」을 언급하고, 눈여겨보고, 곱씹어보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은 어쩌면 그런 연유에서일지도 모르고, 과도한 통속성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혹 아니면, 「자네들은 입안에 독을 뿜는 이빨이 없는데도 어째서 이마에 '독사'라는 두 글자를 크게 써 붙이고 거지들을 끌어들여 때려죽이려 하는가?」하고 침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