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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피어

『가족 사냥(전2권)』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2) 가족사냥 - 상 - 텐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가족 사냥'에서 '가족'은 주어일까 목적어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어떤 공동체가 피로 얽혀있다는 건 무척 기기묘묘한 일이므로…….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나 반대로 무책임한 태도 역시 가족의 일면이다. 새로운 가족 문제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2010년 『범죄 백서』를 보면 살인 사건의 50% 정도가 친족 살인이며 상해 치사 역시 친족이 관련된 경우가 50% 정도를 차지한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삼일가량 아침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아동학대는 물론이거니와 내 아들이 번 돈이니 며느리는 상관 말라며 마구 써버리는 시어머니, 밖에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지만 집에서는 폭군으로 변하는 남편 등 이상하리.. 더보기
『잠복』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잠복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문학의 본질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누락되는 삶 역시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수녀의 일기처럼 순수했던 사람 하나가 웬일인지 범죄자가 된다. 가업을 이으려 착실히 반죽을 개던 선량하기만 한 메밀국수집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를 해한다는 식의(이유야 어쨌든 그런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는) 범죄. 동기는 너무나도 분명하지만 거기서부터 범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가 애달프다. 고도의 경제 성장, 샐러리맨의 급증, 그에 따라 반듯하게 재단된 사회로부터의 사회적 배경과 인간의 정념이, 얼굴 뒤쪽 보이지 않는 손짓의 '거절하지 못할 제안'과 반응해 몰락의 길을 걷고 만다. '증명 시리즈'로 악명 높은(!) 모리무라 세이치(森村誠一)는 이런 말을 했.. 더보기
『영원의 아이(전2권)』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0) 영원의 아이 - 상 -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어덜트 칠드런(일본에서 사용하는 한정된 의미가 아닌)의 이야기다. 그리고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다 (...) 의식 밑바닥에, 실은 '네가 열심히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라는, 분풀이와도 비슷한 분노의 감정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 봐, 난 이렇게 하고 있어. 어때, 칭찬해, 인정하란 말이야」라는 료헤이의 상념이 이승환의 노랫말 ㅡ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가족」) ㅡ 을 만나면 참 우스운 꼴로 변하기도 한다. 실은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숀이 윌에게 했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It's not your fault.」 아이와 마찬가지로 부모 역시 빈약한 존재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그 '련(憐)'의.. 더보기
『미스터리의 계보』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2) 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북스피어 적잖이 당황했다. 분명 논픽션이라고 했는데 이건 소설이잖아……가 아니었다. 총 3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제목도 그럴싸하다. 「전골을 먹는 여자」, 「두 명의 진범」,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 ㅡ 카니발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인육(人肉)의 희생양, 증거를 조작하는 사법부의 병폐, 문명이 단절된 산간 마을에서의 무차별 살인까지. 모두 실제 일어났던 일들인데, 타이틀의 미스터리(mystery)는 '신비'라는 뜻의 미스틱(mystic)에서 온다 ㅡ 계속 하면 misterie, mistere, mysterium, mysterion, mysteria, mystes, muo, mueo까지 갈 테니 여기서 끊자! 어쨌든 신비라는 단어를 내가 가지고 있.. 더보기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나오키 산주고 (북스피어, 2011) 나오키의 대중 문학 강의 - 나오키 산주고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나오키 상이란 건 많이 알고 있을 거다. 그의 친구 기쿠치 간(菊池寬) ㅡ 『무명작가의 일기』와 『아버지 돌아오다』를 쓴 그 양반 말이다, 이걸 모른다고 하면 『진주부인』 정도는 알 수도 있으려나 ㅡ 이 아쿠타가와 상과 함께 그들을 기리고 후진 육성에 힘쓰고자 제정한 문학상이다. 그런데 성이 나오키고 이름은 뭘까, 하고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을지 몰라 풀네임을 적는다. 그의 이름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다. ……사실 이건 필명이고, 본명은 우에무라 소이치(植村宗一) ㅡ 대학 시절 어느 교수가 '우에무라 슈이치'라고 읽는 걸 대놓고 지적했는데도 못 들은 척 넘어갔던 게 생각나는군, 근데 사실은 그렇게 읽는 게 맞는 거면 어떡하지 ㅡ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