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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의 숲

『차가운 밤』 바진 (시공사, 2010) 흉측한 악마에게 들씌워져 어딘가에서 지시를 받듯 그런 상태가 된 시대. 실재하는 것은 무엇인지, 신은 정말 죽은 것인지(이전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면), 왜 항상 왕원쉬안은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인지, 과연 왕원쉬안과 수성과 어머니는 과연 선한지, 악한지, 해는 어째서 밤이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지(곤두박질치는지), 그리고 왕원쉬안은 왜 수성과 헤어졌으며 왜 회사에서 해고되었는지, 또한 끝에 수성(왕원쉬안)은 이미 없는데 왕원쉬안(수성)은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 낯선 인간들, 낯선 거리, 낯선 감각, 낯선 승전보 ㅡ 심지어 냄새까지도 낯설다. 그러나 결국 인물들은 시시각각 첨벙대는 속물이다. 그들은 그런 속물인 채로, 지금,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ㅡ 아니, 이상한 방에 갇혀서 시간을 보내.. 더보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전2권)』 알프레트 되블린 (시공사, 2010) 여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최인훈의 「광장」이나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물론 세상은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에게 술이 아니라 '나쁜 일'을 권하긴 하지만. 무척이나 단속적이며 다채로운(이미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서술과 치밀한 연출력으로 의식의 대공황이 말 그대로 '공황적으로' 표현되었다고 할까 ㅡ 꼭 치아교정기를 낀 아이가 두서 없이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주인공은 '반듯한 모자'를 써도(1권 p.103) 머릿속은 늘 흔들리며 부유한다. 도살장의 동물 숫자 : 돼지 11,543마리. 소 2,016마리. 송아지 920마리. 양 14,450마리. 한 방, 휙, 그들은 뻗는다. 돼지, 소, 송아지들이 도살당한다. 거기 열중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어디 있는가? 우리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