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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검은숲, 2012)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검은숲 박력 만점이다. 1960년대 베트남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물인데 지금 읽어도 낡은 느낌이 전혀 없는 왕도라고 할까. 속도감도 대단해서 다 읽는 데에 한 시간이 좀 안 걸린 것 같다. 그만큼 텍스트를 읽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다. 인물들의 개성도 잘 드러나 있고. 1차적인 발단은 동료의 실종이지만 그 후 주인공과 착각을 일으켜 대신 죽어간 남자의 한 마디가 소설을 이끈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이제야 탁월한 타이틀이 빛을 발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이너스 인간들의 배신과 배신, 또 배신. 외려 천진난만하게까지 보이는 리엔의 육체가 베트남이란 덩어리와 겹쳐질 정도로 모리가키를 위시해 죽은 가토리, 토, 훈, 득 등은 .. 더보기
『영원한 친구』 존 르 카레 (열린책들, 2010) 이 작품을 읽기 위해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먼저 읽었다. 2001년에 구입해 놓고 먼지만 쌓여 있던 그 책은 정말 '최고'였다(『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까지 마저 읽고 『영원한 친구』를 읽는 게 낫지 않았을까?). 확실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보다는 전체적으로 이완된 느낌이지만 원숙미는 더욱 심화되었다. 몰락한 첩보원의 인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처음 다소 밋밋하다고 느껴지는 찰나 서서히 시작되는 절박함이 드러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과거에 '일어났던 것'을 풀어놓는 방법은 형식적 틀과 시선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ㅡ 그러나 역시 자꾸만 『팅·테·솔·스』를 읽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아마 영영 안 읽는다면 언젠가는, 주인공 먼디가 베를린에서 만난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