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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상자인간』 아베 고보 (문예출판사, 2010) 상자인간 - 아베 고보 지음, 송인선 옮김/문예출판사 상자를 뒤집어쓰고 세상을 엿보는 상자인간_이들이 세상을 열외시킨 건지 세상이 이들을 열외시킨 건지. 더보기
『궁극의 리스트』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10) 출판사의 샘플 교정지를 본 게 지난 8월이었다. 그 때만 해도 『궁극의 리스트』가 이렇게 '징그러운' 책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맙소사!). 200점에 가까운 삽화와, 역시나 징그러운 뱀과 같은 인용 텍스트(인용문을 읽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응당 완벽하게 읽을 수 없으리라 확신하지만, 극악무도한 발췌로 인해, 아직 오지 않은 두려움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저자가 밝힌, ㅡ 이 책은 '기타 등등'이라는 말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서문) ㅡ 시작부터 엄습하는 '궁극의 두려움.' ㅡ '기타 등등'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축복인 셈이다. 바흐의 「무한히 상승하는 카논」이나 에셔의 판화 작품들을 생각해 보라. 『궁극의 리스트』는 리스트, 즉 '목록의 의미'를 탐구한다. 목록의 의미란 건 어쩌면 .. 더보기
『전화』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 2010) 어디선가 등장하는 현재시제의 문체는 날것 그대로의 표현이며, 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전체적으로 불안한 영혼들의 불완전한 이야기. 옆구리를 툭 치면 활자화된 단어들이 눈에 보이게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은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단편집 『전화』. 그런데 아뿔싸, 나는 절대 함정에 걸려들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도 그에게 빈틈을 보이는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그의 언어는 포물선을 그리며 도망갈 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머리 위를 향해 내리꽂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글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이 '나 역시 누구나 쾌락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그 쾌락의 진원지가 상대방의 고통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쓴 부분을 기억해내기에 이른다. 왜냐하면 『전화』에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