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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뿔』 조 힐 (비채, 2012) 뿔 - 조힐 지음, 박현주 옮김/비채 먼저 패닉의 「뿔」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간지러워서 뒤통수 근처를 만져보니 뿔이 하나 돋아났네, 이쯤은 뭐 어때 모자를 쓰면 되지 뭐, 직장의 동료들 한마디씩, 거 모자 한번 어울리네, 어쩐지 요즘엔 사는 게 짜릿짜릿해,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란 이렇게나 즐거워……. 이에 반해 조 힐에게 돋아난 뿔은 위치도 다르거니와 게다가 패닉의 경우처럼 낭만적이지도 않다. 어쩐지, 빌어먹을 『말벌 공장』 같은 책이다. 아, 뭐 그렇다고 정말 '빌어먹을 뭣 같은 책'이란 건 아니고. 그럼 뭐가 문제냐. 종교적 해석? 프로이트 대입? 상징에 또 상징? 맙소사. 이 소설을 읽으려면 정신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다. 주인공 이그가 태생적으로 트럼펫을 불 수 없게끔 설정된 상.. 더보기
『성 앙투안느의 유혹』 귀스타브 플로베르 (열린책들, 2010) '작품 해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ㅡ 작가의 친구인 막심 뒤 캉은 『성 앙투안느의 유혹』에 대한 회고에서, '그가 어디에 이르려는지 짐작할 수 없었고, 실제로 그는 어디에도 이르지 않았다 (...) 확장의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가 다른 주제에 흡수되며 이렇게 계속되기에 출발점을 잊게 된 거야' 라고 적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말이다. 『성 앙투안느의 유혹』을 읽고 난 후의 내 감정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거나,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혹평때문이었을까, 스스로를 못 이긴 것일까) 초판(1849)을 집필하고도 후에 두 번이나 개작했다고 하는데 ㅡ 그런데 ㅡ 어째서 국내 번역으로 이 초판을 택했을까. 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이 의문은 나중에 풀린다). '유혹'은 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