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셔

『신 백과사전』 마이클 조던 (보누스, 2014) 신 백과사전 - 마이클 조던 지음, 강창헌 옮김/보누스 이 책과 함께 출간된 『악마 백과사전』도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일단 이 책부터 집어 든다. 이미 한차례 러셀의 거대한 책 『악의 역사』(전4권: 데블, 사탄, 루시퍼, 메피스토펠레스)로 어지러웠던 가운데 이번에는 수많은 신들을 맞이했다. 학창 시절 일문학을 전공한 탓에 아마테라스오오가미(天照大神, 아마테라스오'미'가미로도 읽는 모양)며 스사노오노미코토(須佐之男命)며 하는 길고도 긴 이름들을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 『신 백과사전』은 그야말로 신들의 집합체이면서도 악마스럽기 그지없는 목록이다. 어느 종교이건, 어느 나라이건, 어느 신화이건 간에 신은 비슷한 종류의 신비로움과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이를테면 창조와 관련되었거나 기.. 더보기
『루시퍼 이펙트』 필립 짐바르도 (웅진지식하우스, 2007) 나는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기억한다. 《피아니스트》에서 비리비리하게 나왔던 애드리언 브로디가 주연한 영화 말이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 남자들을 간수와 죄수 그룹으로 나눈 다음 2주간 가상의 감옥 체험을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영화를 봤을 당시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웬걸, '스탠포드 모의 교도소 실험(SPE)'라는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한 스토리였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 실험, 평범하고 신체 건강한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나눈 후 모의 감옥 실험을 한 사람이 이 『루시퍼 이펙트』의 저자 필립 짐바르도다……. '루시퍼 이펙트'란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도록 전환시키는 상황과 시스템의 영향력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앞서 말한 교도소 실험과 과거 .. 더보기
『이진경의 필로시네마』 이진경 (그린비, 2008, 개정판) 아, 좀 쉽게 풀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근본적으로 영화 얘기를 하고 있긴 한데 거기에서 뽑아낸 철학적 구조가 중심이 되니, 뭐 철학 용어가 나와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필로시네마』는, 살짝 늘어붙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10편의 영화'라는 부제처럼 온갖 스펙트럼의 탈주를 갖고서 진행되는 영화 이야기다. 인간은 뭐든 사유하기 마련인데 여기선 빠르게 동작하는 이미지에서 어떤 사유를 뽑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게 문제가 된다. 그것도 '탈주'를 ㅡ 삶으로든 삶에서든, 어느 쪽이든 간에. 그러니까, 이건 철학서다……. 근데 그 '탈주'라는 게 사실은 에셔(Maurits C. Escher)의 판화처럼 돌고 도는 것이라면?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탈주.. 더보기
『궁극의 리스트』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10) 출판사의 샘플 교정지를 본 게 지난 8월이었다. 그 때만 해도 『궁극의 리스트』가 이렇게 '징그러운' 책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맙소사!). 200점에 가까운 삽화와, 역시나 징그러운 뱀과 같은 인용 텍스트(인용문을 읽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응당 완벽하게 읽을 수 없으리라 확신하지만, 극악무도한 발췌로 인해, 아직 오지 않은 두려움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저자가 밝힌, ㅡ 이 책은 '기타 등등'이라는 말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서문) ㅡ 시작부터 엄습하는 '궁극의 두려움.' ㅡ '기타 등등'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축복인 셈이다. 바흐의 「무한히 상승하는 카논」이나 에셔의 판화 작품들을 생각해 보라. 『궁극의 리스트』는 리스트, 즉 '목록의 의미'를 탐구한다. 목록의 의미란 건 어쩌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