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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더블린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열린책들, 2013) 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강훈 옮김/열린책들 실은 조이스 자신이 도피자이고, 더블린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더블린 사람들이여야만 했다. 그 스스로가 '더블린이라는 도시가 마비의 중심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더블린을 배경으로 선택했다'고 밝힌 것은 다른 의미 없이 문자 그대로이다. 『더블린 사람들』을 관통하는 것은 종교적이며 비종교적이고, 허무적이되 허무만을 좇지 않았으며, 도시를 보여주고 있지만 도시의 세련됨은 찾아볼 수 없는 마비라는 안개에 둘러싸인 은밀한 상징이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더블린 사람들』의 주인공은 사람들이 아니라 더블린 그 자체일 것이다 ㅡ 더군다나 이는 「위원회 사무실의 담쟁이 날」에서 하인스가 암송하는 만 보더라도 쉽게 알아챌 수가 있다. 조이스가 고독과 허무에 익숙.. 더보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2012)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비채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ㅡ 무라카미 라디오 2 ㅡ 가 나오기 십 년쯤 전에 『무라카미 라디오』(까치, 2001)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하시 아유미(大橋步)가 삽화를 그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예전 것에는 '사정상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오하시 씨의 그림은 빠지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란 편집부의 코멘트 하나로 마무리되어 있다. 그 사정이라는 게 뭔지 그다지 관심은 없었지만 귀찮아서는 아니겠지(설마).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옛날 글들을 다시 한번 죽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는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도 쓸 .. 더보기
『악평』 빌 헨더슨, 앙드레 버나드 편집 (열린책들, 2011) 악평 - 빌 헨더슨, 앙드레 버나드 지음, 최재봉 옮김/열린책들 별로인 책을 읽었을 때 「이걸 책이라고! 뭐 이런 게 다 있어!」, 나는 이렇게 욕하며 책을 집어던진다. 물론 그게 나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 취향이 아닐 뿐이고,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니까 ㅡ 하긴 그럴 정도면 끝까지 읽기도 전에 중간에서 책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반대로 몹시도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면 감상문 따위를 적으면서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런저런 검색까지 해가며 '어려운 말들'도 좀 섞어가면서. 참 바보같은 말이지만 나는 '사악한' 서평은 쓰고 싶지 않다. ①작가가 우연히도 내가 써놓은 감상을 읽고서 좌절에 빠질 것이다. ②그 책을 구입하려던 사람이 내 감상 따위에 구애되어 구매버튼을 클릭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