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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석유, 욕망의 샘』 김재명 (프로네시스, 2007) 석유, 욕망의 샘 - 김재명 지음/프로네시스(웅진)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고,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전용기를 타고 다니겠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ㅡ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도는 이야기. (책 출간과 지금 시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뼈대는 같다) OPEC이 만들어지고, 석유 파동이 일어나고, (한국에서는 '오일 특수'를 누리게 되고) 산지는 석유를 팔아 무기를 사고, 다시 그 무기로 인해 내전이 발발하고ㅡ 책에서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를 설명하며 '숙녀들의 영원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반군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묘사한 것처럼, '검은 황금'이라 일컬어지는 석유 또한 bloody oil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다……. 미국은 중동 쪽의 유가가 높아지는.. 더보기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 (메디치미디어, 2014)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지음/메디치미디어 철학을 두고, 누군가는 딜레마와 모순들에 관해 생각하는 방법이라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철학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실로 다양한 철학자와 철학 방식들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철학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란다. 자, 어느 쪽이든 좋다. 딜레마와 모순에 대해 다종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철학'을 보여준다면. 고병권은 책의 시작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참된 철학자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이 중단된 곳, 누구도 뛰어들고 싶지 않아 하는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왜? 바로 그곳에 지금의 현실과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p.20)ㅡ 아이웨이웨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우리가 현실의 일부인.. 더보기
『세계를 읽다: 터키』 아른 바이락타롤루 (가지, 2014) 세계를 읽다 : 터키 - 아른 바이락타롤루 지음, 정해영 옮김/가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한일 월드컵이 열렸을 때로 기억한다. 터키와 한국을 두고 '형제의 나라'라 불렀던 것을 말이다. 내가 터키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고작 그 정도였다ㅡ 물론 그들의 한국전쟁 참전에는 나토 가입과도 뗄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터이지만. 월드컵 당시 3, 4위전을 벌였던 터키와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니폼을 바꿔 입고 서로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양국의 국기를 함께 펼쳐들기도 했다) 관중 앞에서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내가 터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나 기억 혹은 감정은 그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세계를 읽다' 시리즈가 여행지 중심의 관광에 관한, 소위 여행 정보서와 다르다는 점이 좋다. 이를테면.. 더보기
『젠더는 패러디다』 조현준 (현암사, 2014) 젠더는 패러디다 - 조현준 지음/현암사 어쩌면 버틀러가 쓴 『젠더 트러블』의 결론 에서 따온 제목일까. 그러나 버틀러는 앞의 책에서 결론에 다다르기 전 이미 젠더 연기(performance)에 대해 말했다. 현재 우리는 중요한 육체성에 관한 세 가지 우연적 차원에 직면해 있는데, 바로 섹스와 젠더 정체성 그리고 젠더 연기라고 말이다. 책에서 젠더 패러디는 이렇게 정의된다. 패러디되는 원본이 제도와 규범으로 만들어진 이상성에서 기인한다면 결국 패러디는 원본이 아닌 특정 관념을 모방하는 것이 된다고(이 시점에서 벌써 원본과 모방본의 구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젠더 패러디는 젠더가 그 양식에 따라 스스로 형태를 갖추는, 원래의 정체성 자체가 원본 없는 모방본이라는 것을 폭로한다. 더 정확히 말해 그것은 사.. 더보기
『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2) 피로사회 -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익사. 이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무래도 폴리 마칭어의 우호적인 것(friendly)과 위험한 것(dangerous)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세계는 경계선, 통로, 문턱, 울타리, 참호, 장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ㅡ 슈미트의 적(敵)을 떠올려 보라 ㅡ 만약 그런 의미를 넘어서게 된다면 오늘날에는 삶의 모든 영역이 '난교 상태'로 특징지어진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p.15) 그러나 내가 이 두 가지 세계에 틈입해 교집합의 목록 속에 들어간 인간이라 느끼게 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긍정성의 과잉? 일종의 비만 상태? 물론 오웰과 헉슬리가 보는 양상은 조금 다르나 그것에는 표면과 이면이라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