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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솔 프램튼 (책읽는수요일, 2012)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 솔 프램튼 지음, 김유신 옮김/책읽는수요일 누구나 몽테뉴에 입문할 수 있고 『에세(essais)』를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프램튼의 이 책으로 우리는 한껏 기대를 품은 채 더 기쁘고 더 달뜬 마음으로 몽테뉴를 접할 수 있다(진실로 나의 경우가 그렇다). 오늘날의 생각으로 보건대 몽테뉴는 하기 좋은 말로 '열린 생각' 혹은 '트인 생각'의 소유자라는 것이 자명한데, 프램튼이 적은 것을 발췌해 보자면 이렇다. 「인간과 동물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여자들끼리 머리채를 붙들고 싸우는 모습을 '고양이 싸움'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팔을 크게 벌려 포옹하는 것을 '곰 같은 포옹'이라 말하기도 한다. 자신이 '새대가.. 더보기
『맹신자들』 에릭 호퍼 (궁리, 2011) 맹신자들 - 에릭 호퍼 지음, 이민아 옮김/궁리 그는 위대하기를 원하지만 불행한 자신을 본다. 그는 완전하기를 원하지만 불완전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본다. 그는 뭇사람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결함이 그들의 혐오와 경멸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안다. 이렇듯 궁지에 빠진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의롭지 못하고 가장 죄악적인 정념이 태어난다. 왜냐하면 자기를 책망하고 자기의 결함을 인정하게 하는 이 진실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ㅡ 파스칼 『팡세』 파스칼의 무시무시한 말로 시작하고 있으니 더 두렵다. 무능력한 성실함으로 중무장한 맹신자들이. 굳이 러셀의 그것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호퍼의 아포리즘은 궁극적이며 그의 출신과 뗄 수 없어서 더욱 밀도가 높.. 더보기
『정치적인 것의 개념』 카를 슈미트 (살림, 2012) 정치적인 것의 개념 - 카를 슈미트 지음, 김효전 외 옮김/살림 지식인이라면 적을 사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를 미워할 수도 있어야 한다? 친구는 가까이, 적을 더 가까이? 먼저 적과 동지의 구별이 선행되어야 할 텐데 선악이나 미추로는 환원되지 않을(못할) 게 뻔하고 최소한의 은유나 상징으로 해석되는 것 역시 지양되어야 한다. 더욱이 사적으로 증오하는 대상도 아니어야하므로, 적이란 단지 적어도 때에 따라서는, 즉 현실적 가능성으로서 투쟁하는 인간의 전체이며, 바로 그러한 전체와 대립하는 전체이다 ㅡ 「원수(사적, 私敵)를 사랑하라」 이지 「공적(公敵)을 사랑하라」는 아니니까.(p.43) 슈미트에 의하면 정치는 가장 기묘한 거래와 정략이다. '정치적'이라는 단어 자체의 사용까지도 순수하게 혹은 불순하게.. 더보기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최장집 (폴리테이아, 2012)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 최장집 지음/후마니타스 「우리가 하는 정치가 민주주의라면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이후 반복되어 온 한국 정치의 한 속성은, 정치가 현실 생활에 기초를 둔 사회경제적 이슈 영역을 적극적으로 대면해 그 영역에서의 갈등을 해소해 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공치사와 같은 정치제도 개혁이나 정서적 이슈에 골몰하면서 현실 생활에 기초를 둔 과제를 방치하는 특징을 보인다. 왜? 시민 생활의 실질적 향상에 기여하게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이 (민주) 정부의 책임임에도, 우리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 담론은 '(빌어먹을) 통합'만을 강조했다. 「신들이 없애려고 하는 자, 그자를 신들은 우선 미치게 만든다.」 보라. 저들은 우리를 없.. 더보기
『20세기 사상 지도』 대안연구공동체 (부키, 2012) 20세기 사상 지도 - 대안연구공동체 기획/부키 생산의 힘이 역사를 만든다며 계급투쟁을 부르짖었던 맑스는 그것 때문에 보드리야르로부터 비판당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말년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맑스주의자가 아니다.」 ……철학책을 (두서없이) 읽다보면 '지금의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의 내가 아닌'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가 분명히 있다. 불한당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유유히 사라지는 히어로를 만끽한 다음 영화관에서 나올 때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은 수많은 은유로 점철된 소설이나 시에 비해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철학을 접하려면 끈기가 필요하다. 아주 약간의 끈기가. 『20세기 사상 지도』는 연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