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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펄프, 2012) 모르페우스의 영역 -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펄프 『모르페우스의 영역』의 출발점은 조금 특이하다. 여기에는 사사키 아쓰시란 소년이 등장하는데(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할 만큼 이 양반의 인물설정은 어쩐지 유기적이다 못해 '치열'하다. 게다가 이 소년뿐만이 아니라 일련의 작품에는 반복되는 인물들이 자주 나온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DVD와 함께 만들어진 소책자에서 과거의 작품연표를 작성했는데 아마도 『나이팅게일의 침묵』이란 작품에 등장했던 사사키 아쓰시의 나이가 틀어져버린 듯하다. 그럼 그를 5년 동안 잠들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쓴 것이 이 『모르페우스의 영역』 제1장이라고 알고 있다. 응? 이런 이유로 소설이 탄생한다는 건 좀 억지스럽잖아 라고 하기엔, 뒤에 가서 기가 .. 더보기
『금융 부식 열도(전2권)』 다카스기 료 (펄프, 2012) 금융 부식 열도 1 - 다카스기 료 지음, 이윤정 옮김/펄프 구니토모 야스유키의 『돈이 울고 있다』란 만화를 아는지. 엘리트 은행원이 대부업체 지점장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인데 이 『금융 부식 열도』와 궤를 같이 하는 접점은 '돈'이 되겠다. 자본주의의 오래된 테마는 역시 돈과 금융이니까, 당연히 돈의 움직임과 그것이 어디서 머물고 어디가 종착역인지를 따라가는 그림은 언제나 흥미롭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주제는 부정한 돈의 흐름과 변제에 관한 것이겠고.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잃어버린 10년'이건 '잃어버린 20년'이건 간에 거품경제로 인한 자산가격의 빠른 성장 속도는 원칙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거품이 끼고 말았다. 언뜻 보면 그야말로 '진흙 속에서 핀 연꽃'인데 돋보기를 들고 자세.. 더보기
『가족 사냥(전2권)』 덴도 아라타 (북스피어, 2012) 가족사냥 - 상 - 텐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가족 사냥'에서 '가족'은 주어일까 목적어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어떤 공동체가 피로 얽혀있다는 건 무척 기기묘묘한 일이므로…….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이나 반대로 무책임한 태도 역시 가족의 일면이다. 새로운 가족 문제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2010년 『범죄 백서』를 보면 살인 사건의 50% 정도가 친족 살인이며 상해 치사 역시 친족이 관련된 경우가 50% 정도를 차지한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삼일가량 아침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면 아동학대는 물론이거니와 내 아들이 번 돈이니 며느리는 상관 말라며 마구 써버리는 시어머니, 밖에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지만 집에서는 폭군으로 변하는 남편 등 이상하리.. 더보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2012)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비채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ㅡ 무라카미 라디오 2 ㅡ 가 나오기 십 년쯤 전에 『무라카미 라디오』(까치, 2001)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하시 아유미(大橋步)가 삽화를 그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예전 것에는 '사정상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오하시 씨의 그림은 빠지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란 편집부의 코멘트 하나로 마무리되어 있다. 그 사정이라는 게 뭔지 그다지 관심은 없었지만 귀찮아서는 아니겠지(설마).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옛날 글들을 다시 한번 죽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는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도 쓸 .. 더보기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12)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는 '뉴타입(new type)'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으로부터 새롭게 발현된 정신능력, 제6감, 초능력, 텔레파시, 천리안 등의 공감각(共感覺) 능력에 대한 것이다. 아니면 《인랑》 ㅡ 이것을 예로 드는 것은 좀 꺼려지지만 ㅡ 은 또 어떨는지. 이른바 '평행세계(parallel world)'를 도입했으니까. 이것도 아닌가? 그럼 브라이언 레반트의 《베토벤》은? 그야말로 '슈퍼 개'가 주인공으로 나와 불법 동물실험을 하려는 작자에게 한방을 날리는 영화 말이다. '인류보완계획'을 내세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또 어떻고……. 『제노사이드』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집착하던 신기루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