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소설

『검은 수첩』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4) 검은 수첩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남궁가윤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라면 덮어놓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마당에, 지난 『10만 분의 1의 우연』 이후 그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은 것에 대해 내심 조마조마하던 차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두 권은 나올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느닷없이 '박람강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의 에세이가 출간될 줄은 몰랐다. 내용인즉슨ㅡ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혹은 사회파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답한 텍스트라고 보면 되겠다. 내가(우리가) 최근 들어 하고 있던 생각을 그는 꽤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를테면 순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중간 소설'이라 불리는 요상한 존재에 대해서도 세이초는 수상쩍게 다가간다. 특히 '가장 에세이답다' 라.. 더보기
『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비채, 2014) 몽환화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누군가 투신자살해 죽었다. 죽음의 이유가 불분명한 가운데 어느 날 그 죽은 자의 사촌 리노가 방문한 할아버지 댁에는 꽃들이 심긴 정원이 있었고, 그중에는 아름다운 노란색 꽃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하지만 수상쩍게도 그 꽃을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할아버지마저 부조리한 현장만을 남겨둔 채 살해당한다. 그리고 평소 할아버지의 꽃 사진을 블로그에 정리했던 리노에게 메일이 한 통 도착하게 된다. 「문제의 노란 꽃 사진은 지금 바로 삭제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블로그도 빨리 폐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 분자생물학연구실에 적을 두었던 노인의 식물에 대한 연구, 손녀 리노의 죽은 사촌이 몸담았던 인디 밴드, 그런 리노에게 접근해 온 괴이한 남자, 그.. 더보기
『현청접대과』 아리카와 히로 (비채, 2014) 현청접대과 -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비채 소설에서 이야기되는 접대과, 정말 있었다. 고치 현청 홈페이지에 떡하니 '접대과'라는 링크가 있었던 거다. 그중 업무내용이란 항목이 있기에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것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관광객 접대, 관광지 미화 작업, 관광 가이드, 통역, 관광 안내 및 유도 표지 정비 등. 『현청접대과』의 무대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도 공공성을 표방한 관청이다. '접대과'라는 다소 솔직한 명칭의 부서가 신설되지만 도대체가 이곳에 소속된 사람들은 융통성이라고는 없다. 소위 철밥통 기질이 충만한, 보신적 내용만 가득 담긴 서류뭉치와 위계체계에 찌든 공무원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목표는 현의 관광 부흥. 그러나 야심적으로 시도한 관광 .. 더보기
『진상(전2권)』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2013) 진상 - 상 -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아아, 이 책, 두껍다. 해도 해도 너무 두껍다. 두 권 합쳐 1,100쪽이 조금 안 되니까 고래가 숨을 쉬러 물 밖에 나올 때처럼 독자들도 이따금씩 책을 덮고 딴짓을 좀 해야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뿐이라면 애초 말을 안 꺼냈을 거다. 『진상』, 엄청나게 느리다. 여기에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데, 집어넣은 이야기가 다채로워서 아마도 앞서 말한 '딴짓'은 이 부분에서 다소간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백화만발(百花滿發)이랄까, 그러면서도 초(楚)나라 장왕(莊王)의 삼년불비(三年不飛)랄까, 끝까지 곧장 읽어 내려가면 분명 뿌듯한 감개가 있으리라. 더구나 이만한 분량을 소화해 냈다면 어느 자리에 가서도 당당히 뽐낼 수 있다. 1,000쪽이 넘는 책을.. 더보기
『인체 모형의 밤』 나카지마 라모 (북스피어, 2009) 인체 모형의 밤 -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나카지마 라모식 진수성찬. 세이초나 하루키처럼 라모의 글을 마주하면_오호, 역시 라모인가_하고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다. 책은 호러를 얘기한다기보다 인간을 얘기하기 위해 그저 호러라는 형식을 빌려왔다고나 할까. 각 작품의 끝에 가서_뭐야 이건, 대체 왜 결말이 이렇게 돼버린 거지_하고 애면글면 머리를 긁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으니 됐잖아' 식으로 후루룩 읽어버리면 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