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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엿보는 고헤이지』 교고쿠 나쓰히코 (북스피어, 2013) 엿보는 고헤이지 -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작가가 의도한 바는 '고헤이지 이야기'의 원형 그대로는 아닐 테고 ㅡ 고헤이지에게 있어 존재의 증명이란 발꿈치를 만지는 것일 텐데, 본인은 제 몸을 만질 수 있을는지 몰라도 타인은 그를 만질 수 없다. 고헤이지가 스스로를 이 세계에서 열외로 취급 받게끔 의도한 것인지 타의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고, 헛방을 표류지(주거지)로 삼은 이유도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이자 가정의 구성원에 몸담지 않고 헛방의 문을 살짝 열어 두어 길쭉한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건 아베 고보가 만든 '상자인간' 같은 느낌이다. 상자인간 역시 상자에 뚫어 놓은 엿보기용 창문으로 세상을 내다보기만 할뿐 좀처럼 세상 속으로 뛰어들지.. 더보기
『D의 복합』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괜히 장르문학이라고 편을 갈라 사람 위에 책 있고 사람 아래 책 있는 것처럼 말하면, 나는 싫다. 짐짓 도저하게 ‘장르’문학이라는 딱지는 붙여놓았지만 ‘순’문학과 비교하며 순간의 오락거리로 치부해버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농(Georges Simenon)은 ‘선전 속 인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세이초 자신도 ‘환상이 아닌 리얼리즘 안에서’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고 했다(실제로 둘은 동시대를 살았다). 복잡다단한 트릭이나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그것. 세이초 작품은 그래서 ‘여흥’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언제나 뻑적지근하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이런저런 말을 붙여도 역시 초반은 힘이 조금 든다.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뭐야 이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