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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전2권)』 앤서니 도어 (민음사, 2015)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민음사 서슬 퍼런 총구 위에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는 사진을 보는, 그런 서사인 건가? 이 층짜리 보육원 건물 '아이들의 집'을 나간 베르너는 또 다른 아이들의 집에서, 거기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사는 장님 소녀 마리로르는 폭격을 피해 옮긴 작은할아버지의 집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만든다. 두 아이를 관통하고 이어주는 것은 라디오. 100만 개의 귀를 단 하나의 입으로 결박하는 빌어먹을 라디오다.(1권 p.104) 마리로르는 6시 방향에 감자가, 버섯은 3시 방향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베르너는 자신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야만 한다ㅡ 한쪽에선 라디오가 불법이며 한쪽에선 그 라디오를 찾아내야 하는 거리(영원히 볼 수 없을 .. 더보기
『석유, 욕망의 샘』 김재명 (프로네시스, 2007) 석유, 욕망의 샘 - 김재명 지음/프로네시스(웅진)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고,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전용기를 타고 다니겠지만,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ㅡ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도는 이야기. (책 출간과 지금 시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뼈대는 같다) OPEC이 만들어지고, 석유 파동이 일어나고, (한국에서는 '오일 특수'를 누리게 되고) 산지는 석유를 팔아 무기를 사고, 다시 그 무기로 인해 내전이 발발하고ㅡ 책에서 다이아몬드(bloody diamond)를 설명하며 '숙녀들의 영원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반군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묘사한 것처럼, '검은 황금'이라 일컬어지는 석유 또한 bloody oil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다……. 미국은 중동 쪽의 유가가 높아지는.. 더보기
『개 같은 시절』 안드레아스 알트만 (박하, 2014) 개 같은 시절 - 안드레아스 알트만 지음, 박여명 옮김/박하 그의 언어는 말[言]이 아닌 눈빛과 몸짓이다. 그리스어로 용감함을 뜻하는 안드레아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진 이름만큼 용감하긴 한가? 잡지로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모든 형제를 비롯한 가족을 증오하며 남의 음식을 빼앗는가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함을 지르는 그의 아버지이자 개자식인 프란츠 사버 알트만의 앞에서도 용감할 수 있었던가? 제 아버지로부터 인생을 도둑맞고 알트만 하우스에서 알트만 사료를 먹고 자란 안드레아스. 적절치 못한 비유이지만 《흐르는 강물처럼》의 둘째 폴은 언제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결국엔 순응하고 말았고 그에 비해 장남은 교묘히 머리를 굴려 부모의 그늘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언제나 포핸드와 백.. 더보기
『제3제국』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 2013) 제3제국 -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이경민 옮김/열린책들 나치와 전쟁이란 명제라면 우리는 이미 소설 『나치와 이발사』나 영화 《버디》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들로 인해 충분히 악마 같은 소설과 영화들을 접했으면서도 늘 (어떤 의미에서건) 전쟁과 상흔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ㅡ 인간이 꿈의 실현을 욕망한다지만 실은 그 욕망 자체를 욕망하고 있는 거라면 어떨는지. 그런 측면에서라면 소설 속 찰리의 대사가 의미심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빤한 일일 것이다. 그는 친구의 집을 찾다가 작고 까만 개를 치어 죽인다. 우도는 전에 봤던 개인지 유기견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묻지만 찰리의 대답은 실로 무시무시하다. 「차에서 내려서 자세히 살펴봤거든. 같은 놈.. 더보기
『나치와 이발사』 에트가 힐젠라트 (열린책들, 2012) 나치와 이발사 - 에트가 힐젠라트 지음, 배수아 옮김/열린책들 왜 자꾸 채플린이 생각나는 거지…… 그래, 그랬다. 그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가 먼저 있었다. 영화에서 채플린은 히틀러를 풍자한 힌켈이란 인물과 유대인 이발사로 번갈아 등장했었다(여기에는 슐츠라는 인물도 나온다! 심지어 한나까지!). 힌켈과 닮은 이발사가, 여기 『나치와 이발사』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등장한다. 우선 독일인 막스 슐츠가 있고 유대인 이치히 핀켈슈타인이 있다. 이 '슐츠-핀켈슈타인' 공식은 시종일관 샴쌍둥이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둘은 어릴 적 친구였지만 슐츠는 하켄크로이츠 완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친구 핀켈슈타인과 그의 부모를 사살한다. 히틀러유겐트에서 크리스탈나흐트, 홀로코스트까지 이어지는 고리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