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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씹어야제맛이지

『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2) 피로사회 -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익사. 이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무래도 폴리 마칭어의 우호적인 것(friendly)과 위험한 것(dangerous)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세계는 경계선, 통로, 문턱, 울타리, 참호, 장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ㅡ 슈미트의 적(敵)을 떠올려 보라 ㅡ 만약 그런 의미를 넘어서게 된다면 오늘날에는 삶의 모든 영역이 '난교 상태'로 특징지어진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p.15) 그러나 내가 이 두 가지 세계에 틈입해 교집합의 목록 속에 들어간 인간이라 느끼게 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긍정성의 과잉? 일종의 비만 상태? 물론 오웰과 헉슬리가 보는 양상은 조금 다르나 그것에는 표면과 이면이라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 더보기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헨리 페트로스키 (김영사, 2014, 개정판)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백이호 옮김, 이인식/김영사 절판된 책을 구하기란 때에 따라서는 여의치 않다. 우연찮게 헌책방 구석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소비자 개인이 온라인 서점 등에 올려놓은 고가의 중고책을 마주하게 되면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출판사에서 복간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어서 제때 책을 손에 넣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일쑤. 그러나 (출판사는 다르지만) 이번에 개정판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는 어찌 보면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도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저자가 독자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던 헨리 페트로스키였기 때문일 테지. 과거 『서가에 꽂힌.. 더보기
『편의점 사회학』 전상인 (민음사, 2014) 편의점 사회학 - 전상인 지음/민음사 바코드 메커니즘(인생)이라는 측면에서 내가 다소 나이브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일단 전제로 하자(이를테면 프랜차이즈 형태의 편의점 체제에서,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갑을 관계'가 신문지상과 텔레비전 뉴스에서 문제가 되었던 ㅡ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ㅡ 일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그저 '소비'에만 눈을 대고 있기 때문에). 점포 1개당 일일 평균 방문객 359명, 하루 평균 880만 명 이상, 인구 2,075명 당 하나 꼴인 편의점. 내가 다니던 대학 내에도 편의점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지금의 편의점은 고등학교와 구치소 면회장에도 입점했으며 어느 병원에 있는 곳에는 벽면에 링거걸이가 설치되어있는가 하면 트럭을 개조해 만든 트랜스포머형 편의점도 존재한다.. 더보기
『네메시스』 요 네스뵈 (비채, 2014) 네메시스 -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비채 시리즈라는 건 모름지기 옆에 쌓아둔 채 ㅡ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앉은자리에서 ㅡ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한 권씩 출간될 때마다 읽는 맛이 더 좋다는 사람들의 말은 이따금씩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내가 조바심 그득한 놈팡이임에는 틀림없지만) 통독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에 영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할보르센이 누구였지? 묄레르는? 엘렌은? 볼레르는? 이런 식으로 자문하면서 다시 한 번 전작들의 내용을 꿰어 맞추어야 한다(물론 해리는 제외시켜도 상관없지만 나로서는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다). 다행히 전작에서 시작된 하나의 사건이 이 『네메시스』를 거쳐 후속편에서 마무리될 .. 더보기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프랑크 비베 (열린책들, 2014)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열린책들 존 롤스가 이야기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로 시작하련다.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과 상대방의 신분, 소득, 직업, 재능 등 어떠한 사회적 조건도 알지 못하는 가상의 상황ㅡ 즉 자신이 최대 수혜자가 될지 어떨지를 알 수 없으므로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피해의 최소화를 지향하려는 성향이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이끌어 공정한 사회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윤리라는, 일견 상충되게만 보이는 이 두 가지 개념에 CSR ㅡ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ㅡ 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간섭하여 현대사회에서의 중요한 화두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