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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영역의 확장

『어느 섬의 가능성』 미셸 우엘벡 (열린책들, 2007)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그의 작품은 『투쟁 영역의 확장』에 이어 두 번째인데 ㅡ 단순히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서 『소립자』는 아직 읽지 않았다 ㅡ 그가 자신을 두고 절망의 전도사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니라고 한 것처럼 나 또한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좋아하고, 이 책도 두 번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이야기 속의 다니엘이 『신적인 환경』을 우연히 주워 읽고 절규를 토하고서 자전거 공기 주입 펌프를 던져 부숴 버린 것처럼 나도 이 빌어먹을 똥통 같은 텍스트의 지침을 들어가며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그래서) 어떤 하나의 가능성, 다니엘과 다니엘25의 가능성, 신경질적이고 쾌활한 개(폭스)의 가능성, ‘기존인류’의 증언이 일치할 가능성, (.. 더보기
『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엘벡 (열린책들, 2003) 흡연실을 나와 전철을 타기 위해 나는 정기권을 찍고 오십 미터쯤을 걸어가 선로 앞에 선다. 츄오센은 급행이 많아 집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칸다, 오차노미즈, 요쓰야만 거치면 바로 신주쿠다. 노란선 안쪽으로 펑퍼짐한 카고 바지를 입은 남자가 서있다. 나는 설마, 하며 그의 바지 속에 구겨 넣은 오른손을 주목한다. 그 속에는 아마도 권총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몇 발이 장전돼있는지 꼼지락거리며 세고 있는 중이다. 잠시 후 벨이 울리고 전철이 들어와 서면, 한 발짝 앞으로 나가 「젠장! 이렇게도 무료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소리치면서 자신의 입 속에 조그만 탄환 하나를 박아 넣을 것이다. 무심코 돌아본 자동판매기에 드링크를 손에 쥔 남자가 싱글싱글 웃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건 리포비탄D..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