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렉

『W 또는 유년의 기억』 조르주 페렉 (펭귄클래식, 2011) ①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는 「음경이 발기했을 때 길이가 적어도 30센티미터는 되는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쓰는 한, 나는 자서전에 대해서는 어떤 반감도 갖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럼 조르주 페렉은? ② 유년기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차례차례 하나씩 끄집어내는 페렉의 서술에, 우리는 거기에 조금은 낯설게 빠져든다. 그러므로 얼마간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③ W에는 승패는 필요 없고 운이라는 요행이 난무하지만 실은 그것보다 곪아터진 상처만이 더쳐갈 뿐이다. ④ 유년의 기억이 과연 W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⑤ 작가가 처음 연재할 때 ‘꿈’이 가득한 소설이라고는 했지만 대체 W에 꿈이 어디 있단 말인가? ⑥ 볼라뇨의 말대로 페렉이 30센티미터의 발기된 음경을 소유했건 그렇지 않.. 더보기
『사물들』 조르주 페렉 (펭귄클래식, 2011) 타이틀 자체가 ‘사물들’이다. 사물이라면 실질적인 것일 텐데, 그럼 대체 뭐가 실질적인 거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Das Parfum)』에 나오는 ‘길에서는 똥 냄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환기가 안 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침실에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가, 거리에는 굴뚝에서 퍼져 나온 유황 냄새와 무두질 작업장의 부식용 양잿물 냄새가, 도살장에서는 흘러나온 피 냄새가…’와 같은 것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체가 있다면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하는데 냄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페렉이 말하는 그 ‘사물들’,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불길한 재료와도 같은, 보잘것없고 시시한 보물들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