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조르주 페렉 (펭귄클래식, 2011)
타이틀 자체가 ‘사물들’이다. 사물이라면 실질적인 것일 텐데, 그럼 대체 뭐가 실질적인 거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Das Parfum)』에 나오는 ‘길에서는 똥 냄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환기가 안 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침실에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가, 거리에는 굴뚝에서 퍼져 나온 유황 냄새와 무두질 작업장의 부식용 양잿물 냄새가, 도살장에서는 흘러나온 피 냄새가…’와 같은 것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체가 있다면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하는데 냄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페렉이 말하는 그 ‘사물들’,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불길한 재료와도 같은, 보잘것없고 시시한 보물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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