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향수

『사물들』 조르주 페렉 (펭귄클래식, 2011) 타이틀 자체가 ‘사물들’이다. 사물이라면 실질적인 것일 텐데, 그럼 대체 뭐가 실질적인 거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Das Parfum)』에 나오는 ‘길에서는 똥 냄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환기가 안 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침실에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가, 거리에는 굴뚝에서 퍼져 나온 유황 냄새와 무두질 작업장의 부식용 양잿물 냄새가, 도살장에서는 흘러나온 피 냄새가…’와 같은 것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체가 있다면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하는데 냄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페렉이 말하는 그 ‘사물들’,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불길한 재료와도 같은, 보잘것없고 시시한 보물들처.. 더보기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000) 콘트라베이스 연주의 그것처럼 포르테로 시작해서 피아노, 피아니시모, 그리고 메조포르테와 포르티시모를 넘나드는 정서의 변화가 강하게 느껴진다. 중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보았지만 딱히 감흥이랄 것도 느끼지 못하고서 책을 덮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ㅡ 책이 무척이나 얇은 것이, 당시 나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스물을 갓 넘겼을 때 신판을 구입해 읽고, 또 읽고, 아무 페이지나 열어 읽었다. 그래도 항상 『콘트라베이스』가 내게 주는 정서는, 그 강약이 다르더라도, 시종일관 스산하고 휑뎅그렁한 어떤 것이었다 ㅡ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나 심심풀이로 해보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p.96) 콘트라베이스를 낀 사내는 결을 내기도 하고 맥주를 마시기도 하며, 지극히, 무척이나, 궁극의 평범한 ㅡ 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