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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

『정치적인 것의 개념』 카를 슈미트 (살림, 2012) 정치적인 것의 개념 - 카를 슈미트 지음, 김효전 외 옮김/살림 지식인이라면 적을 사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를 미워할 수도 있어야 한다? 친구는 가까이, 적을 더 가까이? 먼저 적과 동지의 구별이 선행되어야 할 텐데 선악이나 미추로는 환원되지 않을(못할) 게 뻔하고 최소한의 은유나 상징으로 해석되는 것 역시 지양되어야 한다. 더욱이 사적으로 증오하는 대상도 아니어야하므로, 적이란 단지 적어도 때에 따라서는, 즉 현실적 가능성으로서 투쟁하는 인간의 전체이며, 바로 그러한 전체와 대립하는 전체이다 ㅡ 「원수(사적, 私敵)를 사랑하라」 이지 「공적(公敵)을 사랑하라」는 아니니까.(p.43) 슈미트에 의하면 정치는 가장 기묘한 거래와 정략이다. '정치적'이라는 단어 자체의 사용까지도 순수하게 혹은 불순하게.. 더보기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검은숲, 2012)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검은숲 박력 만점이다. 1960년대 베트남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물인데 지금 읽어도 낡은 느낌이 전혀 없는 왕도라고 할까. 속도감도 대단해서 다 읽는 데에 한 시간이 좀 안 걸린 것 같다. 그만큼 텍스트를 읽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다. 인물들의 개성도 잘 드러나 있고. 1차적인 발단은 동료의 실종이지만 그 후 주인공과 착각을 일으켜 대신 죽어간 남자의 한 마디가 소설을 이끈다.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이제야 탁월한 타이틀이 빛을 발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이너스 인간들의 배신과 배신, 또 배신. 외려 천진난만하게까지 보이는 리엔의 육체가 베트남이란 덩어리와 겹쳐질 정도로 모리가키를 위시해 죽은 가토리, 토, 훈, 득 등은 .. 더보기
『교도소 도서관』 아비 스타인버그 (이음, 2012) 교도소 도서관 사서는 여성 재소자 대상 글쓰기 강좌에서 만난 쇼트(short)에게서 「나랑 한 번 할래?」 소리를 듣거나 속사포 장광설을 자랑하는 프랭크로부터 「신을 믿나?」 하는 말을 듣는다. 사실 쇼트의 말을 듣는다면 친절하게 윙크라도 찡긋했어야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떠올리며 고독하며(solitary), 비루하고(poor), 악랄하고(nasty), 난폭하며(brutish), 짧은(short) 카테고리로 여성 재소자들을 머릿속으로 가름했다. 그가 그녀의 농담에 멋진 리시브를 하지 못한 이유는 거기 있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교도소 도서관 사서로 취직한 주인공은 한마디로 ‘먹물’이었다. 「폭력배들이 언제 ‘사회에 진 빚을 갚는’ 것 봤어? 이 새끼들은 일 좀 해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