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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K · 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13) KN의 비극 -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황금가지 어떤 일이 벌어져도 끝에 가서는 하나의 귀결로 마무리될 것이라 짐작했다. 그 '어떤 일'이란 바로 타이틀처럼 K · N에게 일어난 비극인데, 『제노사이드』의 신인류, 『13계단』의 사형 제도와 함께 여기서는 임신과 중절을 다룬다. 《시사매거진 2580》이나 《PD수첩》이 자칫 선정적일 수 있는 소재를 보도와 함께 버무렸다면 이 『K · N의 비극』은 같은 것을 소설로 만들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교고쿠 나쓰히코가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우부메(産女) 전설을 차용하려는 듯싶다. 우부메는 하반신이 피로 물든 채 아이를 안고 나타나 지나가는 이에게 아이를 맡긴다. 만일 그 갓난아이를 안게 되면 그 아이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안고.. 더보기
『11/22/63』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2) pt.2 11/22/63 - 2 -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보안등급이나 위기경보를 보면 주의(yellow), 경계(orange) 순으로 위험도의 색깔이 변화한다. 또 노란색은 유다의 옷 색깔_까만색은 죽음의 의미를 담고 있어 검은 고양이를 마녀의 종이라고 여겼다든지_그런가하면 초록색은 행운의 색인 동시에 불행의 색으로 취급된다_기타 등등. 어쨌든 모든 일의 발단에는 여자가 있고_새디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숙녀니까. 단 고민되는 건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을 저장할지 다음번에 새로 시작할 마음으로 과감히 꺼버릴지 하는 건데_ 심지어 애쉬튼 커처(《나비효과》)는 아예 스스로를 죽여 버리기도 하지. 더보기
『11/22/63』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2) pt.1 할리우드식 사르카즘이야 그렇다 치고, 스티븐 킹만의 악랄하고 무자비하게 긴 괄호 세례(공공연하게 '부연의 king'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내 말 믿으시라, 내 글에서의 괄호 중 쓸데없는 것은 수천 개 중에서 한두 개밖에 없으니까, 라고 속삭이는 일종의 서브텍스트처럼)에 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가 10살로 접어들던 해의 극장에서 늙고 탐욕스러운 비행접시인이 등장하는 《지구 대 비행접시》에서 공포의 씨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의 작가 스티븐 킹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만약 그가 어릴 적부터 공포 영화를 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포 문학, 호러 문학의 방향 제시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했을지도 모른다(킹 이전의 위대한 작가들도 있었지만). 『11/22/63』도(작가가 소설.. 더보기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맥스 브룩스 (황금가지, 2011)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맥스 브룩스 지음, 장성주 옮김/황금가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이 배척(빠루, crowbar ㅡ 이하 '빠루')으로 당신의 눈구멍을 찔러 주리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이놈을 구비해 놓아야 한다. 세상에! 대체 어떤 가정집에서 빠루를 갖춰 놓고 있단 말인가. 브룩스가 지적한 대로 목공용 망치나 손도끼는 사용 거리가 극히 짧아 좀비를 뭉개버리기엔 위험 부담이 있으니 답은 역시 빠루밖에 없는데. 야구 선수들이 배트에 하는 것처럼 반창고 같은 것을 양쪽 끄트머리에 지그재그로 감으면 그립감도 좋아질 것 같다 ㅡ 집에 있는 알루미늄 배트는 한두 번 휘둘러도 금세 휘어질 것 같아 포기하기로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빠루다. 끝이 휜 노루발로 눈을 찌르면 뇌까지 직.. 더보기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12)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는 '뉴타입(new type)'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으로부터 새롭게 발현된 정신능력, 제6감, 초능력, 텔레파시, 천리안 등의 공감각(共感覺) 능력에 대한 것이다. 아니면 《인랑》 ㅡ 이것을 예로 드는 것은 좀 꺼려지지만 ㅡ 은 또 어떨는지. 이른바 '평행세계(parallel world)'를 도입했으니까. 이것도 아닌가? 그럼 브라이언 레반트의 《베토벤》은? 그야말로 '슈퍼 개'가 주인공으로 나와 불법 동물실험을 하려는 작자에게 한방을 날리는 영화 말이다. '인류보완계획'을 내세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또 어떻고……. 『제노사이드』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집착하던 신기루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