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열린책들, 2010)

· 책_롱 2010. 8. 23. 17:53



작품의 쌍둥이 격인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은 언급하지 않는다. 헉은 아버지에게서 도망치고 도중에 흑인 노예 짐을 만나 함께 강을 타고 모험을 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우리는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작가 마크 트웨인(본명은 아니지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발견할 수 있다. 역자가 쓴 것처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작품의 플롯이나 주제보다는 헉이라는 인물 자체가 매력적이다. 기성세대는 그들의 가치관이 비틀렸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헉은 그가 '온몸으로' 겪은 것들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는 정말이지 셀 수도 없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헉과 짐을 비롯해 톰, 하퍼, 벤, 토미, 왓슨 아줌마, 더글러스 아줌마, 헉의 아빠, 대처 판사, 일리노이 주 쪽 강변에 사는 주디스 로프터스 부인, 세인트루이스를 지나면서 발견한 좌초된 증기선에 있었던 빌, 짐 터너, 제이크 패커드, 그리고 밥과 재난의 왕자, 데이비, 에드, 오하이오 강 기슭에서 만난 그랜저포드 대령과 레이첼 부인, 벅, 샬롯, 소피아, 잭, 베시, 하니 셰퍼드슨, 미시시피 강에서 만났고 자신들이 브리지워터 공작과 프랑스 왕이라 우기는 허풍쟁이들, 아칸소 마을 부근에서 본 청년과 그로 인해 어떤 마을에서 만나게 된 고인이 된 피터 윌크스와 메리 제인, 수전, 조애나, 애브너 쉐클포드, 로빈슨, 홉슨 목사, 레비 벨 변호사, 파이크스빌이라는 시골 마을에 사는 사일러스 펠프스와 친절한 의사에 이르기까지. 헉은 이 모두와 모험을 함께 한다(조금 숨이 차지만) ㅡ 그리고 두 허풍쟁이이자 사기꾼들에게서 일시적으로 탈출한(!) 헉이, 번개가 치는 밤 뗏목으로 돌아왔다가 익사한 아랍인 분장을 하고 있는 짐을 보고 혼비백산하는 모습은 정말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하늘에는 별 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 짐은 달이 낳은 것이라고 했다 (...) 나는 반대 의견을 대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구리가 수많은 알을 낳는 것을 봤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꼬리를 끌면서 떨어지는 유성을 보기도 했다. 짐은 그럴 때면, 낳은 알이 상해서 둥지 밖으로 내다 버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ㅡ 본문 p.175 (누가 이런 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짐이 아니면 하지 못한다)



마크 트웨인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꼰대 비틀기와, 당연했던 사회적 책임(노예 제도)을 <모험>이라는 벤 다이어그램에 넣었다 ㅡ 희한하게도 헉의 모험의 시작도 그의 아버지에게서 탈출(또는 도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결국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한 소년의 모험담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작품을 읽고 난 우리는 모험만이 아닌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게끔 되어 있는 거다. 불후의 명작이라는 말은, 세월이 흘러도, 어느 시대에 비추어 보아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철저하게 헉의 시선으로만 따라가는 우리의 눈은, 역시 헉과 같이 조금씩 성숙해 간다. 헉이 성숙하면 우리도 성숙한다. 헉이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슬픔이나 안타까움 대신 유쾌함을 느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교묘하게 스며든 소년의 시선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지만, 역시 이 작품을 싸고 있는 것은 소년의 '모험'이기 때문이다.


덧) 모사꾼의 말주변을 가진 짐의 말에 따르면, 팔과 가슴에 털이 많은 사람은 나중에 부자가 될 행운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 안에서 짐도 결국 그렇게 되었다. 고로 나도 때를 기다려 봐야겠다.

posted by 아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