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마실 17

· 신간_개취 2014. 7. 15. 14:02
구형의 황야 - 상 - 8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구형의 황야 - 하 - 8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스팅 - 8점
스팅 (Sting) 지음, 오현아 옮김/마음산책


아프리카의 운명 - 8점
마틴 메러디스 지음, 이순희 옮김, 김광수 감수/휴머니스트


이기적 진실 - 10점
파하드 만주 지음, 권혜정 옮김/비즈앤비즈


정신의학의 권력 - 8점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옮김/난장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 8점
김재민 지음/시대의창


샤나메 - 6점
아볼 카셈 피르다우시 지음, 헬렌 짐머른 영역, 부희령 옮김/도서출판 아시아


조건 없이 기본소득 - 8점
바티스트 밀롱도 지음, 권효정 옮김/바다출판사


법, 경제를 만나다 - 6점
김정호 지음/프리이코노미스쿨


기업 - 6점
김영용 지음/프리이코노미스쿨


시장경제원론 - 6점
김이석 지음/프리이코노미스쿨


표절은 없다 - 6점
현택수 지음/프레스바이플(Pressbyple)


문제들 - 8점
이종건 지음/시공문화사


2014년판 연간 지하철시집 - 6점
강남주 지음, 월간 see 책임편집/문화발전소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8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부키


나는 누구인가 - 6점
최인호 지음/지식공감


대한민국 치킨전 - 10점
정은정 지음/따비


호모사피엔스의 미래 - 8점
신상규 지음/아카넷


악마 백과사전 - 6점
프레드 게팅스 지음, 강창헌 옮김/보누스


신 백과사전 - 6점
마이클 조던 지음, 강창헌 옮김/보누스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 8점
강신주 지음/오월의봄


생활 밀착 한자어 - 8점
강지희.김영죽.최영옥 지음/다락원


라캉 읽기 - 8점
숀 호머 지음, 김서영 옮김/은행나무


닥터 슬립 1 - 8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닥터 슬립 2 - 8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저수하의 시간, 염상섭을 읽다 - 10점
한기형.이혜령 편저/소명출판


감시사회로의 유혹 - 8점
데이비드 라이언 지음, 이광조 옮김/후마니타스


한국의 연쇄 살인범 X파일 - 6점
양원보 지음/휴먼앤북스(Human&Books)


재난시대 생존법 - 8점
우승엽 지음/들녘


피디 마인드 - 6점
김신완 지음/새잎


미시시피 신세계의 강 - 8점
베이징대륙교문화미디어 엮음, 박한나 옮김/산수야


늙은 흑인과 훈장 - 8점
페르디낭 오요노 지음, 심재중 옮김/창비


흡혈귀가 지배하는 세상, 대학 - 8점
이희진 지음/책미래


자연 속의 과학 세상 - 6점
강영욱.임대근.류현아 지음/빛을여는책방


획 : 글자쓰기에 대해 - 8점
헤릿 노르트제이 지음, 유지원 옮김/안그라픽스


유괴 - 8점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이규원 옮김/엘릭시르


건축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 8점
황선우 외 지음/미메시스


두 도시 이야기 - 8점
찰스 디킨스 지음, 성은애 옮김/창비


태양계 연대기 - 10점
원종우 지음/유리창


무의미의 축제 - 6점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민음사


무질서의 효용 - 8점
리차드 세넷 지음, 유강은 옮김/다시봄


뉴스의 시대 - 8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문학동네


플로팅 시티 - 6점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어크로스


키드 노스탤지어 - 8점
박성진 지음/프로파간다


무지개 속 적색 - 8점
해나 디 지음, 이나라 옮김/책갈피


그 남자, 좋은 간호사 - 6점
찰스 그래버 지음, 김아영 옮김/골든타임





posted by 아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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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첩』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4)

· 책_롱 2014. 6. 22. 11:06


검은 수첩 - 10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남궁가윤 옮김/북스피어


쓰모토 세이초라면 덮어놓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마당에, 지난 『10만 분의 1의 우연』 이후 그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은 것에 대해 내심 조마조마하던 차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두 권은 나올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느닷없이 '박람강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의 에세이가 출간될 줄은 몰랐다. 내용인즉슨ㅡ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혹은 사회파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답한 텍스트라고 보면 되겠다. 내가(우리가) 최근 들어 하고 있던 생각을 그는 꽤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를테면 순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중간 소설'이라 불리는 요상한 존재에 대해서도 세이초는 수상쩍게 다가간다. 특히 '가장 에세이답다' 라고 느껴지는 1장이 이 책에서 탁월하다고 느꼈다. 대체 어떻게 쓰인 작품을 순문학이라 불러야 할는지, 거기에 추리적 요소가 어느 정도까지 틈입하면 순식간에 '순문학 → 추리소설'로 변용되는지에 대해 고민거리를 안긴다. 「……소설은 재미가 본질이다. 재미를 잃어버린 소설에서 독자가 떠나가는 것을 아무도 비난하지 못한다. 오늘날의 문제를 언급하는 소설이라 해도, 추상적으로만 만들어서 관념적인 사상으로 요란하게 꾸몄을 뿐 모래를 씹듯 무미건조하다면, 많은 독자가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옳은 말이다. 그럼에도 세이초가 묘사한 것과 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분명히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라서, 이를테면 '평론가들이나 좋아할 법한 소설'이라는 딱지가 붙기 십상인 것이 사실이다. 세이초 자신도 말했듯 소설 자체가 재미있으면 비평가에게 경멸받는 것만 같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앞서 언급했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상으로 요란하게 꾸민' 것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뭔가 그럴듯한, 무척이나 애매모호해서 그 작품이 대단한 것처럼ㅡ 심지어 문학성이 출중하다는 둥 인간의 본질을 꿰뚫었다는 둥 하는ㅡ  기분이 느껴지는 작품의 대척점에 있는 소설들이다. 물론 이러한 각론이 모든 경우에 딱 들어맞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풍토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까 대사와 행동 위주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사유를 꾸미고 명확하지 않은 형용사가 남발하는 작품들이 분명 존재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작품 또한 존재하는 법이다. 이런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문학성이냐 현실성이냐, 추상의 모호함이냐 구체적 흥미냐 하는 것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명제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이 책의 제목이 어째서 '검은 수첩'으로 정해졌는지 궁금할 뿐이다.



posted by 아잇

신간마실 12

· 신간_개취 2014. 5. 20. 12:14

상상의 섬, 인도 - 8점
장 그르니에 지음, 배재형 옮김/CIR(씨아이알)

환원근대 - 8점
김덕영 지음/길

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 - 8점
오연경 글.그림/미메시스

규장각 교양총서 1~10권 세트 - 전10권 - 10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후크 선장의 보이지 않는 손 - 8점
피터 T. 리슨 지음, 한복연 옮김/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만국사물기원역사 - 10점
장지연 지음, 황재문 옮김/한겨레출판


향대기람 - 8점
공성구 지음, 박동욱 옮김/태학사


의식 - 8점
세스 노터봄 지음, 김영중 옮김/민음사


트렌트 최후의 사건 - 8점
에드먼드 클레리휴 벤틀리 지음, 유소영 옮김/엘릭시르


돈이 자라는 곳 그리고 거품의 본질 - 8점
가렛 가렛트 지음, 박성준.박설원 옮김/레디셋고

오 헨리 - 8점
오 헨리 지음, 고정아 옮김/현대문학


메이저리그 가이드 2014 - 8점
손혁 외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동양철학 에세이 1 - 8점
김교빈.이현구 지음, 이부록 그림/동녘


동양철학 에세이 2 - 8점
김교빈 지음, 이부록 그림/동녘


후한서 본기 - 8점
범엽 지음, 장은수 옮김/새물결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 - 8점
박병철 지음/필로소픽


잿빛전쟁 - 8점
조현일 지음/접힘펼침(enfold)


양화와 복수의 의미론 - 6점
강범모 지음/한국문화사

고종석의 문장 - 8점
고종석 지음/알마


이미지 인문학 1 - 8점
진중권 지음/천년의상상


비틀즈 100 - 8점
브라이언 사우설 지음, 나현영.고영탁 옮김/아트북스


전설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노래가 되었나 - 8점
로버트 힐번 지음, 이헌석.이상목 옮김/돋을새김


대중의 계보학 - 8점
김성일 지음/이매진


런던의 강들 - 8점
벤 아아로노비치 지음, 조호근 옮김/현대문학


이즈모 특급 살인 - 8점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시공사


가해자 가족 - 8점
스즈키 노부모토 지음, 한진여 옮김/섬앤섬

말기 정신암 - 8점
一甲 지음/보민출판사


저널리즘의 이해 - 8점
김춘식 외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마음으로 읽는 장자 - 8점
장자 지음, 조현숙 엮고 옮김/책세상


생존의 한계 - 6점
케빈 퐁 지음, 이충호 옮김/어크로스


역사의 섬들 - 8점
마셜 살린스 지음, 최대희 옮김/뿌리와이파리


이미지의 운명 - 6점
자크 랑시에르 지음, 김상운 옮김/현실문화


도시 인간학 - 8점
김성도 지음/안그라픽스


탐정사전 - 10점
김봉석.윤영천.장경현 지음/프로파간다


폴 매카트니 - 8점
톰 도일 지음, 김두완.이채령 옮김/안나푸르나


밤은 고요하리라 - 8점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마음산책


대학이란 무엇인가 - 8점
요시미 순야 지음, 서재길 옮김/글항아리


경마의 재발견 - 8점
허대영 지음/해드림출판사


다윈의 서재 - 8점
장대익 지음/바다출판사

콤플렉스 - 8점
할 포스터 지음, 김정혜 옮김/현실문화





posted by 아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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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모형의 밤』 나카지마 라모 (북스피어, 2009)

· 책_숏 2012. 10. 23. 11:39
  • 아, 저도 이거 인상깊게 읽었었지요.
    저도 '굶주린 귀' 생각나네요.ㅎ^^

    BlogIcon 블랑블랑 2012.10.26 22:00 신고
    • 그쵸그쵸ㅎㅎ 이 양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대단한 작품을 썼을지도……ㅠ

      BlogIcon 아잇 2012.10.27 09:52 신고 DEL


인체 모형의 밤 - 8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나카지마 라모식 진수성찬. 세이초나 하루키처럼 라모의 글을 마주하면_오호, 역시 라모인가_하고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다. 책은 호러를 얘기한다기보다 인간을 얘기하기 위해 그저 호러라는 형식을 빌려왔다고나 할까. 각 작품의 끝에 가서_뭐야 이건, 대체 왜 결말이 이렇게 돼버린 거지_하고 애면글면 머리를 긁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으니 됐잖아' 식으로 후루룩 읽어버리면 된다.



posted by 아잇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 책_롱 2012. 10. 9. 16:57
  • 저도 그 '4분가의 트릭'에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행복한 수요일 보내세요.

    BlogIcon 풀칠아비 2012.10.10 14:06
    • 자신 있게 권해드립니다. 4분간의 트릭에 꼭 도전해 보시길 :)

      BlogIcon 아잇 2012.10.10 19:03 신고 DEL


점과 선 - 8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본에 있을 적에 도쿄 역에 있는 초밥집에서 일한 적이 있다. 거기에 야스다(安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내가 깨진 유리잔에 손을 다쳤을 때 「뭐! 세 바늘이나 꿰맸다고!」 라며 우울한 얼굴로 걱정을 해주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천성이 착했으며 약간 어눌한 기운도 있었다. 『점과 선』에서의 야스다는 정반대다. 이쪽은 철두철미한데 내가 아는 야스다 씨는 일일결산을 볼 때 계산을 틀리기도 하는, 말하자면 영락없는 사오십 대의 사람 좋은 아저씨였다. 도쿄 역 야에스(八重洲) 북쪽 출구께 있는 누마즈 우오가시즈시(沼津魚がし寿司)에 가면 야스다 씨를 만날 수 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여간에 『점과 선』의 야스다는 그야말로 '시간의 천재'로 등장한다는 것. 하루 중 단 4분의 틈을 찾아낸 기막힌 우연은 소설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일단 이 양반은 소설 첫머리부터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그에게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독자들도 느끼게 된다(거의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읽는 쪽은 그렇다 쳐도, 도리카이와 미하라라는 두 형사의 분투는 정말이지 끈질기기 짝이 없다. 끊임없이 열차가 드나드는 번잡한 도쿄 역 ㅡ 하루 종일 북새통인 13 · 14 · 15번 플랫폼을 무대로, 어떻게 13번 플랫폼에서 15번 플랫폼의 열차가 보이는지 그 4분간의 매직을 밝혀내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라. 뭐, 하긴 미하라는 좀 '안락의자 탐정'처럼 보일만도 했지만 말이다. 긴자의 단골찻집과 노면전차에서 비로소 머리가 번뜩이는 이 사람은 참 한가한 형사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을 정도다 ㅡ 내가 뜨악한 것은, 위키피디아에서 '점과 선(点と線)'을 검색해보면 심지어 미하라에 대한 설명으로 '긴자에 있는 단골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취미'라는 결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점과 선』에 등장하는 특급열차 '아사카제'다. 15번 플랫폼에 들어오는 이 아사카제 ㅡ 두 남녀가 밀월이라도 떠나려는 듯이 열차에 오르는 모습 ㅡ 를 13번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가지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둘은 나중에 시신으로 발견된다. 도리카이 형사가 식당 칸에서 발행된 것으로 보이는 영수증에 '1인'이라고 써진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발상은 좋았다. 이야기는 도리카이에서 미하라로 그 추리 영역이 옮아가는데(둘은 협력관계) 그게 좀 어설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어설픈 줄거리가 볼만 하다. 미하라 ㅡ 그의 추리과정 ㅡ 는 너무 야스다에 집착한 나머지, 꼭 하나씩 빼먹고서 나중에야 '아차, 그게 있었지' 하며 뒤늦게 느려터진 제 머리를 때린다. 이것은 도리카이가 지적한 '인간이 빠지게 되는 맹점'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경찰이라는 이미지를 당시의 시대상과 묶어 보여줌으로써 배가된다. 사족을 좀 붙인다면 『점과 선』을 썼을 당시의 작가와 도리카이라는 인물의 나이는 얼추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데 부러 이런 설정을 통해 그보다 다소 젊은 미하라와의 대비를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미하라가 한 발씩 늦는 것은 완전히 이해 못할 것도 아닌 듯싶다. 그가 수사 공조를 위해 타 지역 수사국에 보낸 전보의 회신만 해도 다음 날 돌아올 정도였으니까. 또 소설에는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등장하는데 그 내용이 나오질 않는다. 소설이 연재됐을 당시를 살펴보건대 아마도 군수 물자나 도쿄올림픽에 관련된 사안은 아니었을까 하고 추(억)측해볼 뿐이다. 아, 이 소설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해답편' 내지는 '해설편'이 나중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게 볼 수도 있지만 이게 편지라는 액자를 통해 밝혀진다는 점이다. 도리카이 형사와 미하라 형사가 주고받는 두 통의 우정 어린 편지로 말이다.





『점과 선』은 TV아사히 개국 50주년을 기념해서 2007년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2부작인데 러닝타임이 4시간 정도 된다. 영상은 서로 나이가 들어버린 도리카이 형사의 딸과 미하라 형사의 재회로 시작되며, 약간 어설픈 감이 있어서 소설로 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비토 다케시 ㅡ 기타노 다케시, 도리카이 형사로 분(扮) ㅡ 특유의 '눈 찡긋거림'이 살아있고(허허……), 시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를 묻는 미하라의 질문에 「살고 싶다」고 대답하는 벙거지 모자를 쓴 이 노형사의 중얼거림만큼은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영상물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세이초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데, 희한하게도 이 소설에서는 약간 의문이 드는 구석이 몇 있다. 의문이든 억측이든 일단 찔러보겠다. 여기서부터는 책을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ㅡ ①역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는 보통 대합실에 있지 않나? 그런데 '역 플랫폼이 아니라 대합실로 마중을 나오라고 한 까닭'에 대해 미하라가 생각하는 이유가 나옴으로써 문제는 그의 추리가 아니라 세이초에게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②초반부에 야스다가 레스토랑에서 나와 도쿄 역까지 5분 만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설명하며 5시 35분에 레스토랑에서 출발했더니 도쿄 역에는 6시 조금 전에 도달했다는 부분. ③당시를 생각해볼 때 가시이 역(어디라도) 앞의 과일 가게가 밤 11시까지 영업했다는 것도 약간 미심쩍다. 자, 이것들을 상쇄할만한 크나큰 충격이 있을는지? 어쨌거나 나는 범죄의 완성도나 틈 없이 몰아가는 일련의 추리 과정이 매력적인 이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일본의 철도(망)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심정이다.



각설하고, 시간을 해결했더니 사망 장소가 달라지고, 사망 장소를 해결하려니 시간상 범인의 알리바이가 완벽해지는 이 두 번 세 번 꼬아지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좀처럼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조차도 '4분간의 트릭'을 깨려고 책과는 별도로 아예 시간표를 따로 만들어볼 정도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점과 선』이 어떻게 사회파 소설일 수 있는가 하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트릭 외의 이야기가 있으니 어떻게 봐도 좋다는 생각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트릭에 더 비중이 있다 보니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다(오히려 여기서의 것이 '알리바이 깨뜨리기'의 원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왜 살인이 일어났는지를, 살인 계획이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나왔는지를, 모든 것이 해결된 후 괴상한 현실의 양태를 봐야 할 것이다 ㅡ 그리고 맙소사, 나는 범인조차 동정해버리고 만다……. 음, 세이초 얘기를 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멘트도 이제는 식상하군) 중의 하나는 발군의 '제목 짓기'이다. 『点과 線』은, 악마의 시간이 무너져 떨어져 있는 두 개의 点이 비로소 線으로 이어지려는 찰나 또 다른 点이 발견되고 먼저 존재했던 다른 線과 맞닿아 새로운 線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우라질!). 부추기는 건 아니지만 혹 이런 식의 범죄를 기획하고 있다면 하지 않는 게 좋다. 머리가 아플 테니까. 내가 알기로 도리카이 · 미하라 콤비는 '점과 선 2탄' 격인 『시간의 습속(時間の習俗)』에서 재등장한다던데, 이 『점과 선』이 소세키의 '선생님의 유서'(나쓰메 소세키, 『마음』)의 형태인 것에 비해 또 얼마나 멋진 소설일까를 기대하게 한다.



덧) 일본 문예춘추사의 마쓰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을 본떠, 2012년 한국어판 『점과 선』에도 삽화와 열차 운행표가 수록되어 있다.

posted by 아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