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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린(전2권)』 최성현 (황금가지, 2014) 역린 1 - 최성현 지음/황금가지 붉은 지붕 가마가 언제까지고 철옹성이 되어 주려나. 왕의 길이란 생사의 경계, 그 칼날 위라고 했으니 말이다. 「종기란 놈은 주변에다 범 아홉 마리와 뱀 일곱 마리를 쳐 둘러놓으면 맥도 못 추고 물러가게 돼 있다.」 떠돌이 약쟁이의 부적이 썩어 빠진 정치 모사꾼들에게도 효험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같이 돌멩이를 던지자고 요구할 때 이선(李愃, 사도세자)은 돌멩이를 던지지 않았고, 그 이유로 돌멩이를 든 자들의 돌팔매는 세자에게로 향했다.(p.98) 『역린』은 소모적인 굿판이 되고 만 정조 암살 계획을 다루고 있는데, 아마도 곧 개봉할 영화 《역린》은 정조 암살 모의 당일의 하루 동안만을 다루고 있는 모양이어서 그에 앞서 읽어두면 (필시) 좋을 듯싶다. 내전에서는 어떤.. 더보기
『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현대문학, 2013) 레베카 -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현대문학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하나 화자라고 할 만한 이의 이름이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두 소설 모두 그녀들의 입과 생각, 시선만을 차용해 끈덕지게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반대로 양쪽 모두 다소간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서는 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헨리 제임스는 유령인지 뭔지의 존재를 확정짓지 않아서 해석의 여지가 조금 더 많은 반면 『레베카』는 살아있었던 인물을 등장시키고 상대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길을 보다 좁혀 놓았다. 대프니 듀 모리에는 소설을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비밀을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완전치 않을 정도로만. 스티븐 킹에 의하면 모든 공포 이야기들은 두 가지 집단으로 나눌.. 더보기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멜라니 킹 (사람의무늬, 2011)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 멜라니 킹 지음, 이민정 옮김/사람의무늬 죽음은 확실하고 삶은 불확실하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삶은 불완전하지만 죽음은 완전함 그 자체」이다. 그런데 조기 매장 ㅡ 사후 섣불리 입관 및 매장이 진행되어 ㅡ 으로 인해 관 속의 망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삶보다 죽음 쪽이 불확실하다고 해야 할지도. 나는 실제로, 무척 진지하게, 이런 일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죽은 뒤 매장이 되었는데 한참 후 내 눈이 번쩍 뜨인다면! 깔끔하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죽음 이후의 처리는 화장(火葬)으로 하기로. 이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죽는 방법'이다. 어쨌거나 '불확실한 죽음.. 더보기
『죽음의 무도』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0) 죽음의 무도 -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황금가지 영화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을 두고 하는 말 ㅡ 「그냥 내 생각인데, 당신이 이 영화를 싫어한다면 도대체 뭐하러 이 글을 읽고 있는 거지?」 ㅡ 은 뻔뻔함의 극치다.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이란, 이게 대체 공포 영화야 코미디 영화야 하는 식의, 이 영화를 보는 시간에 1,0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었으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읽었으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처절한 비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티븐 킹이 이야기하는 '우웩(gross-out)' 단계로서는 탁월하다. 비행기 안에서 발광하는 뱀들 중 한 마리가 어느 뚱뚱하고 음탕한 여자의 눈을 파먹는 장면이 생각났기에 ㅡ 그것도 너무 적나라하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죽음의 무도』는 지난 3.. 더보기
『나꼼수로 철학하기』 김성환 (바다출판사, 2012) 나꼼수로 철학하기 - 김성환 지음/바다출판사 나꼼수, 나꼼수……. 나는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2012년에 들어서야 1회를 찾아 약 5분 가량 맛만 봤다. 그리고 스피커를 꺼버렸다. 딱히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고. 욕도 '뭘 좀 알아야' 할 수 있는 거다(나꼼수 = 욕이라는 논리는 아니다) ㅡ 나중에 보면 꼭 투표 안 한 양반들이 제일 말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팩트를 알고 의심을 가져야만 욕이라는 애정도 생긴다. 그럼 내가 나꼼수를 듣지 않은 이유는? 예전에 한겨레신문의 '직설'이라는 꼭지가 있었는데 이건 그때와 마찬가지 경우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나꼼수에 대한 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나왔다 ㅡ 솔직히 나꼼수를 듣지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