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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나꼼수로 철학하기』 김성환 (바다출판사, 2012)


나꼼수로 철학하기 - 8점
김성환 지음/바다출판사


꼼수, 나꼼수……. 나는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2012년에 들어서야 1회를 찾아 약 5분 가량 맛만 봤다. 그리고 스피커를 꺼버렸다. 딱히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고. 욕도 '뭘 좀 알아야' 할 수 있는 거다(나꼼수 = 욕이라는 논리는 아니다) ㅡ 나중에 보면 꼭 투표 안 한 양반들이 제일 말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팩트를 알고 의심을 가져야만 욕이라는 애정도 생긴다. 그럼 내가 나꼼수를 듣지 않은 이유는? 예전에 한겨레신문의 '직설'이라는 꼭지가 있었는데 이건 그때와 마찬가지 경우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나꼼수에 대한 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나왔다 ㅡ 솔직히 나꼼수를 듣지 않았던 건 나 혼자 쓸데없이 바빠 못 들은 거다! 나꼼수에서 한 것들 중 하나는 수용자에게 모리배들의 머릿속을 까발리는 거였다. 이 『나꼼수로 철학하기』는 대놓고 나꼼수를 편든다(나도 마찬가지). 심지어 '철학'이란 단어까지 붙여가면서. 그런데 이거 나꼼수보다 더 재밌다. 왜냐. 원래 세상 대부분의 것들은 후에 그것을 해석하는 데서 쾌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니까……. 나꼼수가 정치적 선동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정치적 선동'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 선동이란 호도(糊塗)나 오도(誤導)가 아니다. 정치참여와 사유와 의심을 유도하는 것이지. 1%와 99%가 패싸움을 벌인다면 언뜻 1%가 질 것처럼 보이지만 그 1%의 주먹이 만화 「주먹대장」의 그것이라면 게임이 안 되는 거다. 해서 의심해봐야 안다(왠지 '주어 나경원'처럼 들리는군). 그래야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어쨌든 『나꼼수로 철학하기』의 테크닉은 흥미롭고 웃기다(이건 칭찬이다). 뭐든 갖다 붙이려면 안 될 게 없지만 이건 참 적재적소에 철학적 포인트를 들이댄다. 영화 《수취인불명》에서 어릴 적 사고를 당해 한 쪽 눈에 백태가 낀 여고생 은옥을 기억하는지. 은옥은 미군 병사의 '애인' 노릇을 하면서 결국 눈 수술을 받는다(나중에 스스로 그 눈을 다시 찌르긴 하지만). 이 육체적 불구, ㅡ 보고 싶은데 보지 못하는 은옥의, 그런 은옥을 두고 미군과 경쟁하는 동네 청년 지흠의 ㅡ 그리고 정신적 불구들이 바로 우리다. 미군 병사 제임스가 잡지에 실린 여자의 눈을 오려 우리의 눈에 붙여준 거다. 그러니까 당연히 그걸 떼내고 죽은 눈을 찔러야 하지 않을까. 죽은 건 도려내고 재생산 공정에 돌입. 뭐, 이런 논리다. 갑작스런 영화의 비유가 적절치 않건 어떻건 간에,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생각을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정치도 하고 욕도 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