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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죽음의 무도』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0)


죽음의 무도 - 8점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황금가지


화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을 두고 하는 말 ㅡ 「그냥 내 생각인데, 당신이 이 영화를 싫어한다면 도대체 뭐하러 이 글을 읽고 있는 거지?」 ㅡ 은 뻔뻔함의 극치다.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이란, 이게 대체 공포 영화야 코미디 영화야 하는 식의, 이 영화를 보는 시간에 1,0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었으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읽었으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처절한 비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티븐 킹이 이야기하는 '우웩(gross-out)' 단계로서는 탁월하다. 비행기 안에서 발광하는 뱀들 중 한 마리가 어느 뚱뚱하고 음탕한 여자의 눈을 파먹는 장면이 생각났기에 ㅡ 그것도 너무 적나라하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죽음의 무도』는 지난 30년 동안의 테러와 호러를 다룬 아주 편안한(!) 결과물이다. 공포 영화가 제공하는 예술적 가치는 대단하다. 극장에서 공포 영화를 보며 티켓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그런 보장은 전혀 없지만). 우리가 대처해야만 하는 심증적인 두려움, 공포라는 것의 보편타당성, 사회적 공포의 경향성의 차이 등 공포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풀어나가는 서술과 위트는, 이 책이 방관자의 입장이 아니라 우리를 직접 소스라치게 놀라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공포(그 중에서도 영화)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단한 텍스트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고. 성직자의 얼굴에 구토하고 십자가로 자위하는 《엑소시스트》, 《트와일라잇》을 얄팍하게 보이도록 하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뭉크의 「절규」 가면을 쓴 사이코가 나오는 《스크림》, 너무나도 멋지고 탁월했던 《이벤트 호라이즌》 ㅡ 스티븐 킹의 말을 빌리련다, 「이 영화를 싫어한다면 도대체 뭐하러 내 허섭스레기 같은 감상 같지도 않은 감상을 읽고 있는 거지?」 ㅡ 그리고 공포 영화를 패러디하고 '왕가슴 언니들'을 등장시키는 수많은 코미디 영화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진지하게 읽고, 진지하게 공포에 떨었으며, 진지하게 웃었다. 공포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어필하려면 피로 점철된 '우웩' 같은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므로(7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 더욱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