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2014)

· 책_롱 2014. 8. 29. 13:41


뉴스의 시대 - 8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문학동네


스에는 적어도 실제로 발생한 사건 그대로의 사실뿐 아니라 첨삭이 뒤따른다. 이것은 곧 편집을 의미하며 그러한 행위의 많고 적음에 따라 오웰과 헉슬리의 우려를 반드시 동반하게 된다. 물론 사건을 단순 보도하는 것이라면 언론과 서기의 구분이 없겠지만. 뉴스(news)라는 단어의 탄생을 놓고 전 세계('N'orth, 'E'ast, 'W'est, 'S'outh)의 모든 일을 전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시시콜콜한 사건 사고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ㅡ 보통의 표현대로라면 '주문하지 않은 요리를 강제로 먹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뉴스는 상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특히 상품성이 없는 소식은 뉴스라고 불리기도 어렵게 되었다(심지어 그것들은 지나치게 파편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투쟁과 갈등, 모순의 구조가 존재해야만 그것은 소위 뉴스거리로의 변용이 가능한 셈이다. 이러한 반목과 다툼이 없다면 텔레비전이건 신문이건 그들은 뉴스로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습, 그러니까 어촌의 조용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누구도 그것을 뉴스라고 여기지는 않을 ㅡ 사건의 중요도를 '낮음'이라고 판단하거나 아예 주시하지 않는다 ㅡ 것이다(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의 문제점은, 만약 우리가 특정 지역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통하는 게 뭔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한다면 비일상적 상태를 측정하거나 그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이다.(p.98) 다시 말해 우리가 안정적인 상태를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나중에 발생한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ㅡ 비교대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일상이라고 느껴지는 어떤 상태를 우리는 잘 알지 못하며 뉴스를 전달하는 제공자 역시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ㅡ 나는 지금 대차대조표를 보고 있는데 부채와 자본 혹은 흑자와 적자 가운데 오로지 적자만을 주시하며 직원들을 닦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뉴스의 선별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디를 가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와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시에 충격적인 사건을 더는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게끔 면역성을 키운다.



리프먼은 『여론』에서 뉴스의 본성에 관해 이렇게 썼다. 「뉴스는 어떻게 씨앗이 땅속에서 싹트는지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언제 처음으로 싹이 지표면에 나왔는지를 말해줄 수는 있다. 심지어 뉴스는 누군가가 말한 일이 실제로 땅속의 씨앗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줄 수 있다. 뉴스는 싹이 예정된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줄 수도 있다.」 그는 뉴스가 사회조건의 반영이 아니라 스스로 헤집고 나오는 어떤 측면에 관한 보도라 말한 바 있다. 어떤 명시적인 것, 확실히 정의할 수 있는 사건의 진행 모습, 그리고 그것이 기정사실이 될 때까지 뉴스는 있을 법한 진리의 바다와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만약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이 하나같이 같은 사실만을 전달하고 똑같은 결론만을 말한다면 그들 중의 몇은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과 그에 따른 관점 차이의 역치를 벗어나 대표성 없이 흐물흐물하고, 객관적 기준의 부재에 따른 '떡밥'에 불과해서도 안 될 일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자극적 타이틀과 내실 없는 정보에 피로를 느끼며 기사를 분석해내는 능력 또한 점차 마비된다. 정보량의 증가가 일종의 생산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게 만들지는 않는 것이다(일정 수준을 넘는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축적된 기록에 불과해진다). 태양의 위치가 아닌 시계의 알람으로 방향 상실을 예방하는 오늘날의 뉴스는 과거보다 양도 많아졌고 질적으로도 발전했다. 그러나 거대기업에 대항할 소비자의 간섭이 필요한 것처럼, 뉴스와 정보의 맥락에서도 단순히 제공자와 수용자로 이분되는 논리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 우리 스스로가 뉴스를 거부하고 평화로운 상태, 즉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알아챌 수는 없을까? 이어폰을 빼고서 거리와 행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는 없는 것일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osted by 아잇

『영국식 살인의 쇠퇴』 조지 오웰 (은행나무, 2014)

· 책_숏 2014. 8. 7. 11:04
  • 책이든 영화든 저자와 주연, 감독의 이름만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그 만큼 믿음이 간다는 것이겠지요.^^

    BlogIcon 아쫑 2014.08.07 11:44 신고
    • 그렇습니다. 가끔 실망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는...ㅎ;

      BlogIcon 아잇 2014.08.08 12:01 신고 DEL


영국식 살인의 쇠퇴 - 10점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은행나무


옹과 빅 브라더에만 급급했던 지난날. 이 책은 오웰의 과거 이런저런 에세이를 묶은 책에 포함되었던 글이 중복되기도_심지어 수록된 각각의 글들은 그 성격이 일관성 있게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설켜 중구난방의 편집을 자랑한다. 그러나 오웰은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인간들을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투쟁의 대상을 심어주었고, 이 세계를 둘러싼 현상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에 자질이 있었으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까지 터득했다. 소위 문학성이 담보된 글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환멸에의 각성을 꾀하도록 도왔다. 우리는 이 책에 대해 그저 '오웰'이라는 단어 자체를 읽어낼 뿐.



posted by 아잇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따비, 2014)

· 책_롱 2014. 8. 6. 11:28
  •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이렇게 시켜 먹는데 저희 동네에는 이순신 세트라고 해서 치킨과 피자가 같이 옵니다.^^

    BlogIcon 아쫑 2014.08.06 14:36 신고
    • 짬짜면 같은 개념인가요.. 더군다나 이름이 이순신 세트라니ㅋㅋ

      BlogIcon 아잇 2014.08.07 11:08 신고 DEL


대한민국 치킨전 - 8점
정은정 지음/따비


흘리개 적 '통닭'이었던 것이 '치킨'으로 불리고 기름기 좔좔 흐르던 포장지는 피자 박스처럼 변했지만(물론 어디선가는 '옛날 통닭'이런 것을 지금도 튀겨주기는 한다), 닭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1인 1닭'을 외치는 이들도 있는 만큼 조류 독감과 같은 재앙이 닥쳐올지언정 이런 닭에 관한 탐구 역시 존재하질 않나ㅡ 실제로 나는 군 시절 조류 독감이 한국을 휩쓸었을 때 점심 식단으로 '1인 1닭'을 몸소 실천한 바 있다(광우병 파동 때도 마찬가지). 담배 한 개비 피우고자 아파트 동(棟) 밖으로 나와 치킨 배달 오토바이와 마주쳤을 때의 부러움과 돌아나오는 그의 등짝 뒤로 엘리베이터에 그득한 기름 냄새의 황망함. 나도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 찰나, 집에 모셔둔 쿠폰이 몇 장 남았는지를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헤아리고 있는 쓸쓸함(치킨게임 ㅡ chicken에는 '겁쟁이'란 뜻이 있다 ㅡ 으로 닭을 모독하는 자, 그대에게 화 있을진저!). 책은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치킨의 역사와 종류, 현주소를 탐방하기도 하며 치킨 산업의 뒤통수를 보여주기도 한다ㅡ '아버지가 월급날 사오셨던 통닭'이란 개념이 환상일지도 모른다면서(그러나 그것은 소위 '양념통닭'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 당시 양념통닭이란 것을 먹으면서 이런 소스는 대체 누가 만들어낸 걸까, 하며 발을 동동 굴렀던 적이 있다. 위에는 땅콩 가루도 담뿍 흩뿌려진 따끈따끈한 악마의 메뉴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 역시도 양념을 손에 묻히기가 싫어져 후라이드치킨(언제고 '프라이드'라 부르는 우를 범할 수는 없겠다)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제는 양념소스를 따로 갖춘 메뉴들이 자리를 잡았다. 파를 올리는가하면 기존의 달착지근한 양념이 아니라 새로 개발된 요상한 소스도 있고, '강정'이나 '순살'로 변신하기도 했다. 저자에 의하면 요즘 후라이드라 부르는 어지간한 치킨은 '크리스피 치킨'이란다ㅡ 바삭함을 뜻한다고. 그러면서 90년대 초반 KFC에서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BBQ, BHC, 치킨시장의 새로운 강자 네네치킨(튀김옷이 과하지 않은 것이 포인트)으로 이어지는 애통의 역사 ㅡ '치맥' 개념의 등장까지 ㅡ 를 설파한다. 이른바 '통큰치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나는 거기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물론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기다란 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뻣뻣하게 기다려 손에 넣었을 때 이것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며 자위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값싼 것이라도 우리가 거실의 다 헤진 가죽 소파에 앉아 전화번호 두드려가며 시켜 먹던 그 맛도 아닌데다가 ㅡ 통큰치킨은 그 자체가 일종의 '보급형'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ㅡ 그간 익숙해져 있던 '배달 치킨'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상공인과 소비자, 소위 상도덕, 극에 달한 치킨업계의 경쟁에 있어 이례적인 대동단결의 결과 통큰치킨은 곧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당시 인터넷상에서는 '통큰치킨 장례식'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인 김수영의 양계(養鷄) 경험까지 들쑤신 이 책은 어쨌거나 치킨의 역사를ㅡ 양계농민, 프랜차이즈 치킨점, 예비 창업자에 이르기까지를,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벌어질 애환을 섞어 다채롭고도 씁쓸하게 다룬다. 치킨은 지금, 야구장에서 맥주 캔으로 탑을 쌓아가며 소비된다. 혹은 각 가정에서ㅡ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기분이 나쁘니까 전화통을 붙들고 치킨을 주문한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치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치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치킨을 먹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누가 만들고 누가 키우는가 하는 문제, 우리가 야식이라는 이름 아래 곧잘 접하게 되는 치킨이 누군가에게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바로 그 문제 말이다.



posted by 아잇

신간마실 19

· 신간_개취 2014. 8. 4. 12:36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10점
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조미영 옮김, 박희영 감수/느낌이있는책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 10점
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조미영 옮김, 박희영 감수/느낌이있는책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 10점
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조미영 옮김, 박희영 감수/느낌이있는책

냉면열전 - 10점
백헌석.최혜림 지음/인물과사상사

도쿄 기담집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비채

변신론 - 8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지음, 이근세 옮김/아카넷

사악한 디자인 - 8점
크리스 노더 지음, KAIST IT융합연구소 옮김/위키북스

백년법 - 상 - 8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애플북스

백년법 - 하 - 8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애플북스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 8점
타예브 살리흐 지음, 이상숙 옮김/도서출판 아시아


수트라 - 10점
비구 범일 지음/김영사

루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 8점
루크 페레터 지음, 심세광 옮김/앨피

그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 8점
파트릭 펠루 지음, 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

사전, 시대를 엮다 - 8점
오스미 가즈오 지음, 임경택 옮김/사계절

종횡무진 역사 - 10점
남경태 지음/휴머니스트

옛 거장들 - 8점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김연순.박희석 옮김/필로소픽


밤, 호랑이가 온다 - 6점
피오나 맥팔레인 지음, 하윤숙 옮김/시공사

자살 클럽 - 10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임종기 옮김/열린책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8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열린책들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 - 8점
구로카와 히로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엔트리(메가북스)

대프니 듀 모리에 - 8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현대문학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 10점
후지따 쇼오조오 지음, 이순애 엮음, 이홍락 옮김/창비

환경퍼즐 - 8점
폴 로빈스 외 지음, 권상철 외 옮김/한울(한울아카데미)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 - 8점
이병창 지음/도서출판 말

구름 읽는 책 - 8점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김성훈 옮김/도요새

자동차 디젤엔진의 구조 - 8점
정구섭 외 지음/GS인터비전

개선문 - 8점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문예출판사

예루살렘 광기 - 8점
제임스 캐럴 지음, 박경선 옮김/동녘

E=mc² - 10점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희봉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감정 교육 1 - 8점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지영화 옮김/민음사

감정 교육 2 - 8점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지영화 옮김/민음사

돌아온 희생자들 - 8점
스티븐 F. 코언 지음, 김윤경 옮김/글항아리

로쿠스 솔루스 - 8점
레이몽 루셀 지음, 오종은 옮김/이모션북스

증보 교감완역 난중일기 - 10점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도서출판 여해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 10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반쪼가리 자작 - 10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나무 위의 남작 - 10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존재하지 않는 기사 - 10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교차된 운명의 성 - 10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민음사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 10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인문학은 자유다 - 8점
얼 쇼리스 지음, 박우정 옮김/현암사


영원의 철학 - 8점
올더스 헉슬리 지음, 조옥경 옮김, 오강남/김영사

세 도시 이야기 - 8점
박해천 외 지음/G&Press

앵그르의 예술한담 - 8점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지음, 이세진 옮김/북노마드


앙코르와트 - 10점
후지하라 사다오 지음, 임경택 옮김/동아시아

유대인의 역사 - 10점
폴 존슨 지음, 김한성 옮김/포이에마

천문을 담은 그릇 - 10점
양홍진 외 지음/한국학술정보

카렐 차페크 평전 - 8점
김규진 지음/행복한책읽기

이렌 - 8점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다산책방

알렉스 - 8점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다산책방

바이바이, 엔젤 - 8점
가사이 기요시 지음, 송태욱 옮김/현대문학

탁류 1 - 10점
채만식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탁류 2 - 10점
채만식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김유정 단편소설 10선 - 10점
김유정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李箱, 그 이상 - 10점
이상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사랑 1 - 10점
이광수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사랑 2 - 10점
이광수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꿈꾸는 책들의 도시 - 8점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들녘


유령 퇴장 - 8점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문학동네

사회주의 100년 1 - 10점
도널드 서순 지음, 강주헌 외 옮김/황소걸음

사회주의 100년 2 - 10점
도널드 서순 지음, 강주헌 외 옮김/황소걸음

태양 - 10점
요코미쓰 리이치 지음/작가마을

모스트 원티드 맨 - 8점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페소아와 페소아들 - 10점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한민 옮김/워크룸프레스(Workroom)

조선평민열전 - 10점
허경진 지음/알마

문학의 아토포스 - 8점
진은영 지음/그린비




posted by 아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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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광기』 제임스 캐럴 (동녘, 2014)

· 책_롱 2014. 8. 4. 11:20


예루살렘 광기 - 8점
제임스 캐럴 지음, 박경선 옮김/동녘


루살렘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 열병(熱病)의 땅에 히친스(『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읽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광기 충만한 언덕 위의 도시ㅡ 아랍인의 함락,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의 대학살, 여러 차례에 걸친 십자군 원정, 밸푸어 선언에 이은 첨예한 마찰,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양분과 재점령, 2차 대전 이후 다시 세워진 이스라엘과 갈 곳 잃은 유대인들,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분쟁,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의 슬픔이 집약된 통곡의 벽……. 예루살렘의 대표적 유적지 중 하나는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성묘 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라고 한다. 예수가 안장되었던 묘지에 세워진 것으로 '십자가의 길'의 제10지점부터 제14지점까지가 이 교회 안에 위치한다고(1~9지점은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걸었던 곳). 다시 말해 성묘 교회는 골고다 언덕 위에 있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이한 뒤 안장된 묘지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은 너나없이 묘지에 입을 맞추고 언덕에 오른다. 그런데 심지어 이 교회를 여러 종파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단다. 옛 골고다 언덕과 중앙 예배당은 로마 가톨릭교에서,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또 다른 기념 묘지는 콥트 교파에서, 또 다른 주요 장소들은 그리스 정교회에서ㅡ 교회의 열쇠는 이슬람 측이 가지고 있다. 교회 하나마저도 이렇듯 나뉘어 있으니 솔로몬이라고 어찌 판결을 내릴 것이며 나머지 것들은 어떻게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것이 공중으로 붕 떠버린 도시에 닿기 위해 사람들은 이 땅뙈기(라 지칭해 미안하지만)를 서로 제 것이라 하고 있다.





이스라엘인-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무슬림이라는 두 경우 모두 각기 상대의 파멸을 종말의 전제로 삼음으로써, 깊이 가라앉아 있던 묵시종말론적 기류가 표면으로 떠올랐다 (...) 영토 때문에 시작된 전쟁은 우주를 놓고 벌이는, 영원히 해소될 수 없는 자기최면적 전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 그러므로 우리의 주제는 종교 이상이기도 하고 이하이기도 하다.


ㅡp.498~499




어디 종교적 상징성의 측면이 이것뿐일까. 이스라엘의 종교에 있어 어머니의 도시이자, 유대교의 '통곡의 벽' 이후 약속의 땅으로, 또 그리스교에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땅이다. 고대부터 중세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기를 머금은 자들이 숱하게도 혀를 날름거렸던 바로 그곳이다. 『예루살렘 광기』는 이 '종교적 폭력의 본거지'를 철저하게 궤를 같이한 (종교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고(이 많은 것들을 어찌 다 말할까) 또 이러한 색채를 띤 이야기를 거치지 않으면 예루살렘에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한다. 자,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다윗이 정복해 수도로 삼았지만 이후 나라 자체가 두 개로 갈라졌다. 그러나 훗날 그리스인들이 예루살렘 일대를 재정복하고 유대교에 그리스 문화를 접목시켰지만 유대인들에 저항에 의해 재차 그들의 도시가 되었고, 거듭 로마의 헤롯이 왕의 자리에 오른다. 성전에 발을 들인 예수는 예루살렘을 두고 '선지자들을 돌로 죽인 도시'라 한탄하고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 그리고 예수 사후 반란을 진압한 로마의 성전 파괴, 3세기 후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세운 교회(여기에 '십자가의 길'이 속해 있다)까지ㅡ 지상에 존재하는 예루살렘과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천상의 예루살렘 중 어떤 것이 그 실체일까? 저 옛날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세계의 중심으로 그려 넣었던 지도는 존중의 의미일까 아니면 정복의 야심일까? 나아가 오늘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는 돌아온 탕아들의 다툼으로만 봐야 할까?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으며 「마이크 타이슨이 아기를 두들겨 팬 뒤 '이 아이가 나에게 침을 뱉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일컬어지는 가자지구 폭격은 어떤 종교적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을까? 캐럴의 집요한 추적은 『예루살렘 광기』로 만들어져 종교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종교가 아닌, 광기 어린 폭력의 역사를 발견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아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