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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심농

『냉혹한 이야기』 루이즈 페니 (피니스아프리카에, 2014) 냉혹한 이야기 -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이리저리 옮겨 다닌 시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야생동물 보호구역, 스리 파인스의 어느 곳에서. 심하게 굶주린 이들이 잔뜩 무리 지어 살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그들은 서로를 주저하면서도 이따금씩 생채기를 내는가하면, 바깥으로부터 숨어는 있지만 자신들 역시 과거에 외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리고 그들 어제의 과거가 곪기 시작해 기어이 오늘 살갗 위에서 터지고야 만다(악마가 언제나 구석진 곳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도서추리의 냄새가 나는 『냉혹한 이야기』는 짧았던 프라하의 봄의 상처가 더쳐 모든 것이 거의 변하지 않는 마을 스리 파인스에서 곪아터진다ㅡ 마을 주민 클라라의 말처럼 스리 파인스에는 시체를 만들어내(.. 더보기
『미스터리의 계보』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2) 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북스피어 적잖이 당황했다. 분명 논픽션이라고 했는데 이건 소설이잖아……가 아니었다. 총 3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제목도 그럴싸하다. 「전골을 먹는 여자」, 「두 명의 진범」,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 ㅡ 카니발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인육(人肉)의 희생양, 증거를 조작하는 사법부의 병폐, 문명이 단절된 산간 마을에서의 무차별 살인까지. 모두 실제 일어났던 일들인데, 타이틀의 미스터리(mystery)는 '신비'라는 뜻의 미스틱(mystic)에서 온다 ㅡ 계속 하면 misterie, mistere, mysterium, mysterion, mysteria, mystes, muo, mueo까지 갈 테니 여기서 끊자! 어쨌든 신비라는 단어를 내가 가지고 있.. 더보기
『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흔히, 장정(裝幀)만 보고도 질려버리는 케이스가 있다. 이를테면 토마스 만이랄지, 움베르토 에코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중세 이야기들 말이다.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딱딱한, 살인도구도 될 수 있으며 목침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법한, 뭔가를 내려치기에 꼭 맞다싶은 표지. 물론 내용조차도 심연에 빠지기 딱 좋은 경우가 많다. 이 조르주 심농의 『수상한 라트비아인』, 가볍다, 일단 겉모양이. 헬레네 헤게만이 쓴(정말 직접 쓴 것일까?) 『아홀로틀 로드킬』과는 겉이 닮아있고,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와는 속이 닮았다(그저 그렇게 느껴졌다, '증발'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아! 비교하기엔 레이먼드 챈들러가 낫겠다, 물론 그것보다 조금 덜 묘사에 신경 쓴 것만 빼면 ㅡ 물론 확실히 다르다. 굳이 묘.. 더보기
『갈레 씨, 홀로 죽다』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갈레 씨, 홀로 죽다 -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시리즈 제1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과 비교한다면 일단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한다_뭐 그렇게 기발하다거나 기존 추리소설에서 봐왔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_정작 중요한 건 정작 무척이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무장한 서사일 거다_그러므로 독자의 바지 앞단에 수북이 쌓이는 담뱃재의 처치 곤란함이 문제. 더보기
『생폴리앵에 지다』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생폴리앵에 지다 -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열린책들 200페이지 남짓한_그래서 순식간인_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끝나고 마는 소설.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던 칼날은 비틀비틀_절대 아물 수 없는 상처는 가닐가닐. 그래서 누군가는 죽고_죽인 자는 발 뻗고 잠을 못 잔다. 소크라테스 왈_ 우리가 어떤 일이 악행인 줄 알면서 자발적으로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_만일 악행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