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마실 22

· 신간_개취 2014. 9. 22. 12:46
이중섭 평전 - 10점
최열 지음/돌베개


헤밍웨이 위조사건 - 10점
조 홀드먼 지음, 김상훈 옮김/북스피어


이아생트 - 10점
앙리 보스코 지음, 최애리 옮김/워크룸프레스(Workroom)


어둠의 왼손 - 10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시공사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10점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처음북스(구 빅슨북스)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 - 10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시공사


자금성 이야기 - 10점
이리에 요코 지음, 서은숙 옮김/돌베개


공연예술산책 - 10점
미라 펠너 지음, 최재오 외 옮김/시그마프레스


전사의 시대 - 8점
로버트 피스크 지음, 최재훈 옮김/경계(도서출판)


채털리 부인의 연인 - 상 - 8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이미선 옮김/열린책들


채털리 부인의 연인 - 하 - 8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이미선 옮김/열린책들


관용의 역사 - 8점
김응종 지음/푸른역사


유라시아 제국의 탄생 - 8점
백준기 지음/홍문관(크레피스)


우미인초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현암사


갱부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현암사


산시로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현암사


그 후 - 10점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현암사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 8점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검은숲


감시자를 감시한다 - 8점
조대엽.박영선 엮음, 참여연대 기획/이매진


대중문화의 이해 - 8점
김창남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역전 풍경 - 10점
김기찬 지음/눈빛


잃어버린 풍경 - 10점
김기찬 지음/눈빛


인포그래픽스 - 8점
기무라 히로유키 지음, 이후린 옮김/미술문화



사랑 : 이광수 장편소설 - 10점
고정욱 지음, 이광수 추천/애플북스


운현궁의 봄 : 김동인 장편소설 - 10점
김동인 지음, 구병모 추천/애플북스


도시와 유령 : 이효석 단편전집 2 - 10점
이효석 지음, 방현희 추천/애플북스


무정 : 이광수 장편소설 - 10점
이광수 지음, 고정욱 추천/애플북스



두 파산 : 염상섭 대표작품집 - 10점
염상섭 지음, 임정진 추천/애플북스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대표작품집 2 - 10점
채만식 지음, 김이윤 추천/애플북스


유정 : 이광수 대표작품집 - 10점
이광수 지음, 고정욱 추천/애플북스


흙 : 이광수 장편소설 - 10점
이광수 지음, 고정욱 추천/애플북스


분 BOOn 5호 - 10점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편집부 엮음/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데미안 - 8점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인순 옮김/열린책들


백사자의 신비 - 8점
린다 터커 지음, 김경식 옮김/지영사


근대의 책 읽기 - 8점
천정환 지음/푸른역사


붉은 수수밭 - 8점
모옌 지음, 심혜영 옮김/문학과지성사


웨이파인더 - 8점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승민 옮김/정은문고


가면권력 - 8점
한성훈 지음/후마니타스


그랜드맨션 - 8점
오리하라 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맑스를 읽다 - 8점
로베르트 쿠르츠 엮음, 강신준 외 옮김/창비


반성된 미래 - 8점
참여연대 기획, 김균 엮음/후마니타스


비핵무기지대 - 8점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지음, 김마리아 옮김, 정욱식 감수/서해문집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 8점
존 그린.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미나 옮김/자음과모음


스페인은 가우디다 - 8점
김희곤 지음/오브제(다산북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세트 - 전10권 - 10점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지음, 하창수 외 옮김/현대문학


세야마 이야기 - 8점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함인순 옮김/동천사


페스트와 콜레라 - 8점
파트리크 드빌 지음, 양영란 옮김/궁리


문화코드, 어떻게 읽을 것인가 - 8점
일레인 볼드윈 외 지음, 조애리 외 옮김/한울(한울아카데미)


쓸데없는 것들의 사전 - 8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태희 옮김/필로소픽


적도 - 10점
현진건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무영탑 - 10점
현진건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에세이퍼블리싱


계간 미스터리 2014.가을 - 8점
청어람M&B 편집부 엮음/청어람M&B


기적의 세기 - 8점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민음사


스카페타 - 8점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 8점
백상현 지음/책세상


국회의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 8점
캠퍼스멘토 편집부 지음/캠퍼스멘토


인생의 맛 - 8점
앙투안 콩파뇽 지음, 장소미 옮김/책세상


도해 단위의 사전 - 8점
호시다 타다히코 지음, 문우성 옮김/에이케이(AK)


공공도큐멘트 3 - 10점
최영숙 외 지음/미디어버스


라일라 - 10점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문학과지성사


질병, 영원한 추상성 - 8점
최은주 지음/은행나무


고종석의 문장 2 - 8점
고종석 지음/알마






posted by 아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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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2014)

· 책_롱 2014. 8. 29. 13:41


뉴스의 시대 - 8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문학동네


스에는 적어도 실제로 발생한 사건 그대로의 사실뿐 아니라 첨삭이 뒤따른다. 이것은 곧 편집을 의미하며 그러한 행위의 많고 적음에 따라 오웰과 헉슬리의 우려를 반드시 동반하게 된다. 물론 사건을 단순 보도하는 것이라면 언론과 서기의 구분이 없겠지만. 뉴스(news)라는 단어의 탄생을 놓고 전 세계('N'orth, 'E'ast, 'W'est, 'S'outh)의 모든 일을 전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시시콜콜한 사건 사고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ㅡ 보통의 표현대로라면 '주문하지 않은 요리를 강제로 먹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뉴스는 상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특히 상품성이 없는 소식은 뉴스라고 불리기도 어렵게 되었다(심지어 그것들은 지나치게 파편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투쟁과 갈등, 모순의 구조가 존재해야만 그것은 소위 뉴스거리로의 변용이 가능한 셈이다. 이러한 반목과 다툼이 없다면 텔레비전이건 신문이건 그들은 뉴스로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습, 그러니까 어촌의 조용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누구도 그것을 뉴스라고 여기지는 않을 ㅡ 사건의 중요도를 '낮음'이라고 판단하거나 아예 주시하지 않는다 ㅡ 것이다(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의 문제점은, 만약 우리가 특정 지역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통하는 게 뭔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한다면 비일상적 상태를 측정하거나 그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이다.(p.98) 다시 말해 우리가 안정적인 상태를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나중에 발생한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ㅡ 비교대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일상이라고 느껴지는 어떤 상태를 우리는 잘 알지 못하며 뉴스를 전달하는 제공자 역시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ㅡ 나는 지금 대차대조표를 보고 있는데 부채와 자본 혹은 흑자와 적자 가운데 오로지 적자만을 주시하며 직원들을 닦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뉴스의 선별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디를 가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와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시에 충격적인 사건을 더는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게끔 면역성을 키운다.



리프먼은 『여론』에서 뉴스의 본성에 관해 이렇게 썼다. 「뉴스는 어떻게 씨앗이 땅속에서 싹트는지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언제 처음으로 싹이 지표면에 나왔는지를 말해줄 수는 있다. 심지어 뉴스는 누군가가 말한 일이 실제로 땅속의 씨앗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줄 수 있다. 뉴스는 싹이 예정된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줄 수도 있다.」 그는 뉴스가 사회조건의 반영이 아니라 스스로 헤집고 나오는 어떤 측면에 관한 보도라 말한 바 있다. 어떤 명시적인 것, 확실히 정의할 수 있는 사건의 진행 모습, 그리고 그것이 기정사실이 될 때까지 뉴스는 있을 법한 진리의 바다와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만약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이 하나같이 같은 사실만을 전달하고 똑같은 결론만을 말한다면 그들 중의 몇은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과 그에 따른 관점 차이의 역치를 벗어나 대표성 없이 흐물흐물하고, 객관적 기준의 부재에 따른 '떡밥'에 불과해서도 안 될 일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자극적 타이틀과 내실 없는 정보에 피로를 느끼며 기사를 분석해내는 능력 또한 점차 마비된다. 정보량의 증가가 일종의 생산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게 만들지는 않는 것이다(일정 수준을 넘는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축적된 기록에 불과해진다). 태양의 위치가 아닌 시계의 알람으로 방향 상실을 예방하는 오늘날의 뉴스는 과거보다 양도 많아졌고 질적으로도 발전했다. 그러나 거대기업에 대항할 소비자의 간섭이 필요한 것처럼, 뉴스와 정보의 맥락에서도 단순히 제공자와 수용자로 이분되는 논리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 우리 스스로가 뉴스를 거부하고 평화로운 상태, 즉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알아챌 수는 없을까? 이어폰을 빼고서 거리와 행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는 없는 것일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osted by 아잇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류청 (보누스, 2014)

· 책_롱 2014. 8. 22. 21:39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 8점
류청 지음/보누스


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틀린 부분 두어 군데를 바로잡을 수 있었을 테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네 개나 매긴 것은 내가 축구에 관해 까막눈이기 때문이다. 다만 축구 클럽의 엠블럼 디자인 자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맥락인 것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국가대표의 A매치가 아니면 축구라는 것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다. K리그는 물론이거니와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프리메라리가 등에도 눈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웬걸, 언제부턴가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ㅡ BVB 09 Dortmund ㅡ 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분데스리가는커녕 도르트문트의 경기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그들의 엠블럼과 유니폼 그리고 팬들의 카드섹션 이 멋져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심지어 이영표가 한때 도르트문트에 적을 두었던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 검색창에 도르트문트를 넣으니 구단 엠블럼이 새겨진 병뚜껑이 나타났다. 어디서 이런 물건이 생긴 걸까. 책을 읽어 보고야 알았다. 1909년 트리니티 유스 소속의 청년들이 팀 보루시아를 창단했는데, 보루시아라는 명칭을 도르트문트 인근 맥주 공장의 이름에서 따왔단다. 엠블럼의 '09'는 당연히 팀이 창단된 연도(1909년)를 나타낸다. 현재 입고 있는 유니폼은 검정과 노랑으로 구성된 줄무늬인데 그래서 그들의 별명은 '꿀벌 군단'이다. 또 얼마 전 팀의 감독인 위르겐 클롭은 지동원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ㅡ 브랜드 구찌와 발음이 유사한 Gut-Ji(Good-Ji). 도르트문트 홈구장은 8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고 2010/11 시즌에는 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평균 관중 7만9천 명을 넘겼다. 라이벌 FC 바이에른 뮌헨과의 더비는 데어 클라시커(Der Klassiker)라 불리며 경기마다 경찰들을 긴장케 한다(그래 봐야 '엘 클라시코' 등과 다를 바 없는 명칭일 뿐인 게지).







하여간 이런 '토막 상식'이랄까,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은 나처럼 축구 지식이 전무후무하다 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나의 팀 전체를 꿰뚫고 싶다면 추천하지 않으리라. 그럴 바엔 차라리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리버풀』, 『첼시』 등의 책이 나을 것이다(모두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오로지 나와 같은 이들에게 적합한, 소소한 흥밋거리를 줄 뿐이다. 이를테면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엠블럼에는 범선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맨체스터와 머지 강의 어귀를 연결하는 맨체스터 운하를 상징한다고 한다. 길이 75km의 이 운하는 산업혁명 당시 맨체스터에 번영을 가져왔고, 운하가 뚫리면서 상대적으로 리버풀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당연히 그들의 지역감정은 나빠지기 시작해 맨체스터와 리버풀의 경기는 언제나 거칠기로 유명하다.(p.17) 세리에A의 AS 로마를 보자. 엠블럼에 들어간 황금색은 로마 가톨릭을, 적갈색은 로마 제국을 상징한다. 문양 속 동물과 두 아이는 로마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늑대와 쌍둥이 형제라는데,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알바롱가의 왕 누미토르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 동생 아우물리스는 조카들을 모두 죽이고 형의 조카딸인 실비아마저 신전의 사제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군신 마르스와 관계를 맺어 쌍둥이 형제를 낳았는데 두 아이는 죽을 위기를 넘겨 마르스가 보낸 늑대 암컷의 젖을 먹고 자라 이후 쌍둥이 중 하나인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설하는 제국의 시조가 된 것이다.(p.259) 2013/14 시즌을 앞두고 함부르크 SV에서 거취를 옮긴 손흥민의 팀 바이어(바이어? 바이엘?) 04 레버쿠젠은 어떨까. 독일을 대표하는 제약 및 화학 기업인 바이엘은 레버쿠젠의 모회사로, 엠블럼에도 그 글자(BAYER)가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해 들어가 있다. 클럽과 기업의 이야기는 또 있다. FC 바이에른 뮌헨의 엠블럼에는 바이에른 주의 상징인 아가일 문양이 있는데 이는 자동차 회사 BMW의 것과 같다. 바로 BMW가 뮌헨에서 출범한 탓에 그렇단다……. 뭐,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이렇듯 축구 클럽 엠블럼 하나에는 신화에서부터 지역성, 팀의 성격, 유니폼의 컬러 등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나는 순전히 도르트문트의 엠블럼과 유니폼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시작했지만,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을 통해 다채로운 정보까지 얻을 수가 있었다.












posted by 아잇

『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민음사, 2014)

· 책_롱 2014. 8. 22. 16:45


밤의 나라 쿠파 - 8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민음사


양이에게 주어지는 이름은 언제부턴가 톰이라는 명칭이 제격이었나 보다. 소세키의 이름 없는 고양이도 있었지만 ㅡ 「吾輩は猫である。名前はまだ無い。どこで生れたか頓と見当がつかぬ。」 이 서두만큼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외우고 있다 ㅡ 셰익스피어가 쓴 『리어 왕』의 톰(7년 동안 굶주렸다며[그에 의하면 생쥐를 먹었다] 자진해서 미친놈이 되는 에드거의 분신, 바로 그 톰!)을 거쳐 훗날 실질적인 고양이가 등장하는 《톰과 제리》에서 그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라는 건 다분히 내 머릿속에서만 회전하는 논리라는 것을 밝힌다. 각설하고 『밤의 나라 쿠파』에서는 'cooper'를 왜 '쿠퍼'가 아닌 '쿠파'로 옮겼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가운데, 처음엔 반전(反戰) 소설인가 했다가 나중에는 자살특공대 가미카제를 찬양하려는 술수인 건가 싶었다(소설 속에서 2차 대전이 직접 언급되기도). 어느 쪽인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고양이 톰과 만나는 '나'라는 인물이 용병인지 구경꾼인지도 헛갈린다. 소설이 타깃으로 지명하는 것도 미국인지 일본인지 아니면 서양 전체인 것인지도 매한가지. 울타리 바깥에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적을 준비한 다음, 「걱정 마라. 내가 너희를 그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겠다.」라고 말하는 국가 원수의 사례(3S는 등장하지 않음)가 다소 또렷이 다가오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일목요연하다기보다는 어지러이 혼재되어 있을 뿐이다. 확실한 건 이사카 고타로 자신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소설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밤의 나라 쿠파』가 담고 있는 논의가 전쟁과 정치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톰이 살고 있는 나라의 국왕 이름이 칸토(冠人)라는 것은 간 나오토(管直人)를 말하는 건가? 나라 안팎을 가로막는 벽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작가는 센다이[仙台]에 거주하고 있다)와 《진격의 거인》의 믹스처로 보이기도 한다ㅡ 희한하게도 톰의 나라와 전쟁을 벌인다는 철국(鉄国)은 일본어 적국(敵国)의 발음과도 유사하다. 폐쇄된 공간과 빅 브라더의 존재가 명백한 이 이야기는 다만 동화 같은 분위기를 빌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끝에서 뒤집어지며 삽입된 또 하나의 우스꽝스럽고 놀라운 전개는 애교라고 봐주자.



posted by 아잇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토머스 드 퀸시 (워크룸프레스, 2014)

· 책_롱 2014. 8. 21. 11:39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 10점
토머스 드 퀸시 지음, 유나영 옮김/워크룸프레스(Workroom)


명 높은 아편쟁이가(그의 표현대로라면 아편은 '공정하고 교묘한' 물건이다) 살인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ㅡ '유해한 구석이 없는' ㅡ 애호가 혹은 감정가라는 수식어로 치장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특히 19세기 초 런던에서 일어난 연쇄살인범 존 윌리엄스 ㅡ '‘작업 수완이 좋은' ㅡ 사건을 다루며 드 퀸시는 예술적 살인, 살인의 예술성 내지는 미적 감각, 살인을 '작품'이라 명명하고 범인 윌리엄스를 가리켜 예술가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윌리엄스가 저지른 두 건의 살인사건 중 첫 번째를 두고는 '예술가의 데뷔작'이라고까지 부르는 등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 맹랑하고 가증스러운 아편쟁이는 (아마도 '아름답고 작품이라 부를만한') 살인의 원칙으로 3가지를 꼽는다ㅡ 신문 독자 패거리들은 피비린내만 충분하면 아무것이나 다 좋아하지만 양식 있는 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므로 자신이 '살인의 원칙'에 대해 언급하려는 것은 실천이 아닌 판단을 조절하려는 목적이라는 토를 달아놓았다. 먼저 그는 살인범의 목표에 적합한 부류로 명백히 피해자가 선량한 사람이어야 하는 동시에 공인(公人)이어서는 안 되며 건강해야 한다고 썼다. 선량한 피해자라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 스스로가 되레 살인을 기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며, 공인에 대해서는, 이를테면 교황은 사실상 모든 곳에 편재하므로 일종의 추상적 관념, 즉 현실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병자를 죽이는 것은 야만적인 행동인 까닭에 건강한 대상을 선택하라는 충고도 곁들이고 있다. (나머지 두 가지 원칙에 관해서는 엉거주춤하게 넘어간다) 드 퀸시는 살인사건 후의 상황을 가정한다. '불쌍한 피살자는 고통으로부터 놓여났고, 악한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자, 그렇다면 그는 이미 우리 손에서 벗어나 탈출했고, 윤리는 제 몫을 충분히 취했으니 이제는 취향과 예술이 개입할 차례인 것이다(p.30)ㅡ 드 퀸시에 따르면 살인자는 살인이라는 예술을 위해 큰 위험을 거저 떠맡는 사람이다. 예컨대 나는 지금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막 찻잔을 들어 올리려고 하는 중인데, 난데없이 「불이야― 불이야!」 하는 고함에 놀라 (동시에 일종의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다급히 일어섰다. 그런데 곧 소방차가 도착하는 바람에 차를 마시다 말고 일어나야만 했던 내 행동에 대한 '보상'이 조금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화재를 즐기는 사치를 누리고 거기에 야유를 보낼 자격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저 악랄한 아편꾼의 논리에 근거한다('사람의 마음이 방심했을 때 취하게 되는 자연 발생적인 경향').



하지만 나는 실제로 이와 비슷한 경험을 여러 차례 겪기도 했다. 내가 무슨 운명에 씐 것인지 고층건물(누가 보아도 떨어진 뒤 살아서 제 발로 일어설 수 없을 것이 자명한 높이의)에서 사람이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뛰어내리는 것을 지척에서 목격한 것이 최소한 두 번 이상이기 때문이다(정말이다). '타의'라고 표현한 것은 이렇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동(棟)은 흔히 일컬어지는 복도식 구조인데, 발코니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면 상하좌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경우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게 된다. 바로 여기서 몇 년 전 술을 들이켠 초로의 남자 하나가 발코니 난간에 매달리다 결국에는 버티지 못한 채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8층). 이 경우 술이라는 타자에 의한 ㅡ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에 발생한 ㅡ 사고라고밖에 말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의도(자의)는 손쉽게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달 초 바로 옆 동에서는 드 퀸시가 말한 '멋진 대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사고가 일어났다(순전히 그의 재인용일 뿐이다). 주위로 몰려든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집에서 그 상황을 그저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주민의 안녕을 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소방차는 그다지 빨리 오지 않았다). 드 퀸시는 말한다. 「화재가 사유재산에 일어났을 경우, 우리는 이웃의 재난에 대한 연민에 끌려 첫눈에 그 사건을 구경거리로 취급하는 것을 자제한다 (...) 그리고 어떤 경우든, 재난으로 여겨지는 그 사건에 대해 우선 유감의 뜻을 표하고 난 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주저 없이 그것을 하나의 극적 스펙터클로서 간주하게 된다.」 그는 이것을 '사람의 마음이 방심했을 때 취하게 되는 자연 발생적인 경향'이라는 꾸밈말로 설명한다. 물론 드 퀸시는 뒤에 가서 자신을 제삼자로 꾸며 살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런 불가해한 인간의 심리적 구조의 결함에 그는 상당히 매료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이 과연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글쎄. 이것은 책의 간기면께 적힌 출판사의 <제안들> 시리즈에 대한 덧붙임과 닿아 있다. 「일군의 작가들이 주머니 속에서 빚은 상상의 책들은 하양 책일 수도, 검정 책일 수도 있습니다. 이 덫들이 우리 시대의 취향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덧)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의 역자는 드 퀸시의 어조를 빌려 (참으로 깜찍한, 정말이지 힘주어 안아주고 싶은!)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posted by 아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