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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민음사, 2014)


밤의 나라 쿠파 - 8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민음사


양이에게 주어지는 이름은 언제부턴가 톰이라는 명칭이 제격이었나 보다. 소세키의 이름 없는 고양이도 있었지만 ㅡ 「吾輩は猫である。名前はまだ無い。どこで生れたか頓と見当がつかぬ。」 이 서두만큼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외우고 있다 ㅡ 셰익스피어가 쓴 『리어 왕』의 톰(7년 동안 굶주렸다며[그에 의하면 생쥐를 먹었다] 자진해서 미친놈이 되는 에드거의 분신, 바로 그 톰!)을 거쳐 훗날 실질적인 고양이가 등장하는 《톰과 제리》에서 그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라는 건 다분히 내 머릿속에서만 회전하는 논리라는 것을 밝힌다. 각설하고 『밤의 나라 쿠파』에서는 'cooper'를 왜 '쿠퍼'가 아닌 '쿠파'로 옮겼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가운데, 처음엔 반전(反戰) 소설인가 했다가 나중에는 자살특공대 가미카제를 찬양하려는 술수인 건가 싶었다(소설 속에서 2차 대전이 직접 언급되기도). 어느 쪽인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고양이 톰과 만나는 '나'라는 인물이 용병인지 구경꾼인지도 헛갈린다. 소설이 타깃으로 지명하는 것도 미국인지 일본인지 아니면 서양 전체인 것인지도 매한가지. 울타리 바깥에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적을 준비한 다음, 「걱정 마라. 내가 너희를 그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겠다.」라고 말하는 국가 원수의 사례(3S는 등장하지 않음)가 다소 또렷이 다가오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일목요연하다기보다는 어지러이 혼재되어 있을 뿐이다. 확실한 건 이사카 고타로 자신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소설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밤의 나라 쿠파』가 담고 있는 논의가 전쟁과 정치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톰이 살고 있는 나라의 국왕 이름이 칸토(冠人)라는 것은 간 나오토(管直人)를 말하는 건가? 나라 안팎을 가로막는 벽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작가는 센다이[仙台]에 거주하고 있다)와 《진격의 거인》의 믹스처로 보이기도 한다ㅡ 희한하게도 톰의 나라와 전쟁을 벌인다는 철국(鉄国)은 일본어 적국(敵国)의 발음과도 유사하다. 폐쇄된 공간과 빅 브라더의 존재가 명백한 이 이야기는 다만 동화 같은 분위기를 빌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끝에서 뒤집어지며 삽입된 또 하나의 우스꽝스럽고 놀라운 전개는 애교라고 봐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