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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농

『미스터리의 계보』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2) 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북스피어 적잖이 당황했다. 분명 논픽션이라고 했는데 이건 소설이잖아……가 아니었다. 총 3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제목도 그럴싸하다. 「전골을 먹는 여자」, 「두 명의 진범」,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 ㅡ 카니발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인육(人肉)의 희생양, 증거를 조작하는 사법부의 병폐, 문명이 단절된 산간 마을에서의 무차별 살인까지. 모두 실제 일어났던 일들인데, 타이틀의 미스터리(mystery)는 '신비'라는 뜻의 미스틱(mystic)에서 온다 ㅡ 계속 하면 misterie, mistere, mysterium, mysterion, mysteria, mystes, muo, mueo까지 갈 테니 여기서 끊자! 어쨌든 신비라는 단어를 내가 가지고 있.. 더보기
『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흔히, 장정(裝幀)만 보고도 질려버리는 케이스가 있다. 이를테면 토마스 만이랄지, 움베르토 에코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중세 이야기들 말이다.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딱딱한, 살인도구도 될 수 있으며 목침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법한, 뭔가를 내려치기에 꼭 맞다싶은 표지. 물론 내용조차도 심연에 빠지기 딱 좋은 경우가 많다. 이 조르주 심농의 『수상한 라트비아인』, 가볍다, 일단 겉모양이. 헬레네 헤게만이 쓴(정말 직접 쓴 것일까?) 『아홀로틀 로드킬』과는 겉이 닮아있고,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와는 속이 닮았다(그저 그렇게 느껴졌다, '증발'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아! 비교하기엔 레이먼드 챈들러가 낫겠다, 물론 그것보다 조금 덜 묘사에 신경 쓴 것만 빼면 ㅡ 물론 확실히 다르다. 굳이 묘.. 더보기
『갈레 씨, 홀로 죽다』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갈레 씨, 홀로 죽다 -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시리즈 제1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과 비교한다면 일단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한다_뭐 그렇게 기발하다거나 기존 추리소설에서 봐왔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_정작 중요한 건 정작 무척이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무장한 서사일 거다_그러므로 독자의 바지 앞단에 수북이 쌓이는 담뱃재의 처치 곤란함이 문제. 더보기
『생폴리앵에 지다』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생폴리앵에 지다 -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열린책들 200페이지 남짓한_그래서 순식간인_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끝나고 마는 소설.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던 칼날은 비틀비틀_절대 아물 수 없는 상처는 가닐가닐. 그래서 누군가는 죽고_죽인 자는 발 뻗고 잠을 못 잔다. 소크라테스 왈_ 우리가 어떤 일이 악행인 줄 알면서 자발적으로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_만일 악행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다. 더보기
『D의 복합』 마쓰모토 세이초 (모비딕, 2012) 괜히 장르문학이라고 편을 갈라 사람 위에 책 있고 사람 아래 책 있는 것처럼 말하면, 나는 싫다. 짐짓 도저하게 ‘장르’문학이라는 딱지는 붙여놓았지만 ‘순’문학과 비교하며 순간의 오락거리로 치부해버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농(Georges Simenon)은 ‘선전 속 인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세이초 자신도 ‘환상이 아닌 리얼리즘 안에서’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고 했다(실제로 둘은 동시대를 살았다). 복잡다단한 트릭이나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그것. 세이초 작품은 그래서 ‘여흥’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언제나 뻑적지근하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이런저런 말을 붙여도 역시 초반은 힘이 조금 든다.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뭐야 이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