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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네 시체를 묻어라』 루이즈 페니 (피니스아프리카에, 2014) 네 시체를 묻어라 - 루이즈 페니 지음, 김연우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최근작 『냉혹한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소용이 없을 듯하다. 분명히 그때 올리비에는 살인죄를 선고받은 뒤 복역하고 있었으나 가마슈가 새삼 그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때문이다. 『네 시체를 묻어라』는 새로운 사건과 함께 그 올리비에 사건을 재수사하는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차갑고 새하얀 이미지의 퀘벡과, 그와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폐쇄적 기운이 감도는 문예역사협회. 바로 거기서 사람이 죽는다. 퀘벡, 나아가 캐나다를 기초한 인물로 알려진 샹플랭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괴짜 하나가 죽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ㅡ 루이즈 페니의 소설들은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사회배경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그리고 가마슈의 부하 보부아르가 과거 사건.. 더보기
『살인과 창조의 시간』 로렌스 블록 (황금가지, 2014) 살인과 창조의 시간 -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패트리셔 매거가 탐정을 찾았듯 이번엔 매튜가 범인을 갈구한다. 일단 친구인지 적인지 아리송한 자블런이 죽어버렸다. 금요일마다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생사를 알렸던 자블런. 그런데 전화가 끊겼다. 그는 살아있을 때 매튜에게 단단히 봉한 마닐라 봉투를 건넸고 그 안에는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세 명의 인물이 적혀 있었다. 자블런은 이를테면 협잡꾼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의 약점을 잡아 돈을 갈취하던 사내. 전직 경찰인 매튜 스커더는 흔쾌히,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봉투를 열고 만다. 별 믿음도 없이 십일조를 하며 커피에 버번을 타 마시는 남자는 이런 일에 구미가 당기는가 보다. 자블런의 요청은 무엇이었는가. 밑도 끝도 없는 복수다. 그것 하나면 되었다.. 더보기
『냉혹한 이야기』 루이즈 페니 (피니스아프리카에, 2014) 냉혹한 이야기 -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이리저리 옮겨 다닌 시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야생동물 보호구역, 스리 파인스의 어느 곳에서. 심하게 굶주린 이들이 잔뜩 무리 지어 살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그들은 서로를 주저하면서도 이따금씩 생채기를 내는가하면, 바깥으로부터 숨어는 있지만 자신들 역시 과거에 외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리고 그들 어제의 과거가 곪기 시작해 기어이 오늘 살갗 위에서 터지고야 만다(악마가 언제나 구석진 곳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도서추리의 냄새가 나는 『냉혹한 이야기』는 짧았던 프라하의 봄의 상처가 더쳐 모든 것이 거의 변하지 않는 마을 스리 파인스에서 곪아터진다ㅡ 마을 주민 클라라의 말처럼 스리 파인스에는 시체를 만들어내(.. 더보기
『유다의 별(전2권)』 도진기 (황금가지, 2014) 유다의 별 1 - 도진기 지음/황금가지 교주를 '대원님'이라 부르는 사이비 종교인 백백교(白白敎)의 이야기. 듣기로, 백백교 신도가 교주를 만날 때에는 다섯 가지 계율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교주의 얼굴을 쳐다보지 말아야 하고, 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아야 하며, 질문하는 것은 금기인 동시에 오로지 절대 복종의 대답만을 해야 했다고. 이 단체는 당시 민중을 현혹해 재물을 편취하고 여신도들을 속여 간음하는가하면 배신의 조짐이 보이는 신도들을 아무도 모르게 납치하여 살인을 저질렀다ㅡ 전국에 산재한 소위 비밀 아지트에서 300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중 '천원 금광 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수시로 빈 화약을 터뜨린 양주 봉암산 기슭은 금광을 가장해 시체를 처리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더보기
『검은 수첩』 마쓰모토 세이초 (북스피어, 2014) 검은 수첩 -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남궁가윤 옮김/북스피어 마쓰모토 세이초라면 덮어놓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마당에, 지난 『10만 분의 1의 우연』 이후 그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은 것에 대해 내심 조마조마하던 차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두 권은 나올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느닷없이 '박람강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의 에세이가 출간될 줄은 몰랐다. 내용인즉슨ㅡ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혹은 사회파 추리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답한 텍스트라고 보면 되겠다. 내가(우리가) 최근 들어 하고 있던 생각을 그는 꽤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를테면 순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중간 소설'이라 불리는 요상한 존재에 대해서도 세이초는 수상쩍게 다가간다. 특히 '가장 에세이답다' 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