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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유다의 별(전2권)』 도진기 (황금가지, 2014)


유다의 별 1 - 8점
도진기 지음/황금가지


주를 '대원님'이라 부르는 사이비 종교인 백백교(白白敎)의 이야기. 듣기로, 백백교 신도가 교주를 만날 때에는 다섯 가지 계율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교주의 얼굴을 쳐다보지 말아야 하고, 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아야 하며, 질문하는 것은 금기인 동시에 오로지 절대 복종의 대답만을 해야 했다고. 이 단체는 당시 민중을 현혹해 재물을 편취하고 여신도들을 속여 간음하는가하면 배신의 조짐이 보이는 신도들을 아무도 모르게 납치하여 살인을 저질렀다ㅡ 전국에 산재한 소위 비밀 아지트에서 300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중 '천원 금광 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수시로 빈 화약을 터뜨린 양주 봉암산 기슭은 금광을 가장해 시체를 처리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하나 더,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뜨악한 것이 있다. 경찰에 쫓기다 자살한 교주 전용해의 두개골이 '범죄형 두개골의 표본'으로 국과수에 보관되어 오다가 비인도적 인체 표본 전시라는 진정에 폐기가 결정돼 지난 2011년 화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소설 『유다의 별』은 여기서 출발한다. 당시 교주였던 전용해라는 인물은 열 개가 넘는 가명을 사용했다. 또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진을 남기지 않았으며 그의 인상착의는 체포된 백백교 간부들의 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도진기의 상상은 실체가 불분명한 전용해란 인물의 죽음과 그의 후손 그리고 백백교와 '낡은 광목천 끈'으로 이어지고, 소설은 몇 가지의 소소한 트릭과 함께 꼬이고 뒤집히는 가설과 검증이 계속해서 뒤섞인다. 최근 과거의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이 인구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유다의 별』은 처음부터 비밀스럽고 뒷맛이 좋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취함으로써 발단의 몰입에는 일단은 성공했다. 나머지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재미? 당연히 있다. ……그런데 제목은 카(John Dickson Carr)의 소설에서 따온 것일까? 『유다의 창』에서처럼 여기에도 밀실 살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야기의 줄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덧) '한국형 추리소설'이란 이상한 명칭에 대하여: 요즈음 날이 거듭되면 될수록 '한국형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이고 있는데, 나는 그 뜻을 당최 이해할 수 없다. 한국적 요소나 문화가 간섭하면 모두 '한국형'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유다의 별』은 분명히 그렇게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할 바에야 차라리 한국'의' 무엇 무엇이라고 하는 편이 낫다. 아니면 아예 빼시라. 대체 뭐가 한국'형'이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