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흔히, 장정(裝幀)만 보고도 질려버리는 케이스가 있다. 이를테면 토마스 만이랄지, 움베르토 에코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중세 이야기들 말이다.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딱딱한, 살인도구도 될 수 있으며 목침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법한, 뭔가를 내려치기에 꼭 맞다싶은 표지. 물론 내용조차도 심연에 빠지기 딱 좋은 경우가 많다. 이 조르주 심농의 『수상한 라트비아인』, 가볍다, 일단 겉모양이. 헬레네 헤게만이 쓴(정말 직접 쓴 것일까?) 『아홀로틀 로드킬』과는 겉이 닮아있고,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와는 속이 닮았다(그저 그렇게 느껴졌다, '증발'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아! 비교하기엔 레이먼드 챈들러가 낫겠다, 물론 그것보다 조금 덜 묘사에 신경 쓴 것만 빼면 ㅡ 물론 확실히 다르다. 굳이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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