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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해냄, 2008)



구가 된 남자와 투시력을 가진 여자. 왕을 설득하여 수도원을 건립하려는 수도사들. 그리고 '인간의 의지' 파사롤라. 몸 한가운데의 검은 구름인 '의지의 영혼'을 병에 담아 모을 수 있는, 투시력을 가진 블리문다와 비행 물체 파사롤라를 타고 9년 동안 ㅡ 불완전함, 완벽한 절정의 모호한 의미의 숫자 9 ㅡ 사라졌던 그녀의 남편 발타자르의 사랑. 수도원의 건축을 요구하는 종교인들의 얄팍함. 바보 같은 젊은 왕의 바보 같은 행적들. 하늘을 날지만 그것으로 추락하는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의 '인간의 의지.' 이 모든 것들은 로렌수 신부의 '에트 에고 인 일로(et ego in illo : 나는 그의 품 안에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다 ㅡ 종교적 신성이든 비수를 꽂는 풍자든. 왜냐하면
지구가 돌고 돌듯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보다 더 돌고 돌기 때문이다!(p.376) 그리고 『수도원의 비망록』의 어떤 이야기든, 이것들은 자칫(혹은 진실로) 모호하게 보이기도 한다.



제비는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왔다가 갔다가 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 그러나 갑자기 그곳에 있던 제비가 곧 사라져 버리고, 더 이상 그곳에 없다. 그러나 나는 조금 전에 제비를 보는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ㅡ 본문 p.567


수도원은 꿈속의 환상, 만질 수 없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고, 이야기의 끝에 화형을 당하는 발타자르의 몸에서 그의 의지를 빨아들이는 블리문다의 행위는 악행 ㅡ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란 의미에서 ㅡ 일 수도, 진취적인 힘일 수도 있다 ㅡ 파사롤라 역시 발타자르의 화형이란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에. 특히 파사롤라의 비행 여부를 두고 내뱉는 발타자르의 '하늘이 지옥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란 중얼거림은, 왠지 마리아 바르바라 공주와 수도원의 양자택일, 로렌수 신부의 의지, 발타자르를 향한 블리문다의 고행, 이 모두를 아우르는 주문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것은 전체의 의미를 함축한, 즉 이러한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거다. 「피아트(이루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