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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어머니』 막심 고리끼 (열린책들, 1989)


야기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빠벨의 집과 니꼴라이의 집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어머니는 빠벨, 안드레이, 니꼴라이처럼 지성은 없지만 모성애의 발로로 인해, 그리고 세상의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의 확대로 혁명운동에 동참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여기서 전태일이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연결고리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일 거다). 『어머니』에서 노동자촌의 사람들은 전태일과 닮았거나 85호 크레인 위에서 모진 바람을 맞는 이들과 같거나 둘 중의 하나다.


① 그래서 그들의 삶은 슬프고

「맞기 전에 먼저 상대편을 때려눕히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 (p.68)
② 때로는 격하고
「난 마치 칼처럼 온몸을 던져서 그 놈을 찌를 거야.」 (p.79)
③ 때로는 이성 적으로
「정의란 단순히 위로로 무마될 성질의 것이 아니지요.」 (p.169)
④ 때로는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그 놈의 뒤통수를 한 방 후려치고는 (...) 그런데 손이 쑤셔서 (...) 그다지 아픈 건 아니었지만 왠지 손이 짧아진 것 같은 게…….」 (p.195)
⑤ 끝에는 어머니의 오열로 집약된다.
「피바다를 이룬대도 진리는 죽지 않을 것이다……」 (p.506)



촛불 집회를 하면서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소리낼 수 없었듯이 『어머니』의 군상은 파업과 집회라는 기본권을 범죄란 이름으로 온전히 받아야만 했다. 권력이 싫어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나 전단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하는 것은, 흡사 지난 2007년 한미 FTA 저지 집회에 참여하려 상경하는 농민들을 막기 위해 이륙 직전의 비행기까지 강제로 세웠던 것과 마찬가지다 ㅡ 「경찰은 이런 행위들을 하면서도 당당했다. 이미 법원이 이러한 저지 행위는 적법하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 법원은 금지된 집회에 참가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하기에 경찰관이 노조원들의 상경을 저지한 것은 경찰이 취할 수 있는 범죄예방 조치이므로 적법한 공무집행 행위라 판단한 것이다.」(박경신 외, 『호모 레지스탕스』, 2011) 이것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까지 끌고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그렇기에 『어머니』가 지닌 특징은 더욱 두드러진다. 노동자들의 한계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 어두운 면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능동적이며 용기 있는 사람들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빠벨만의 어머니가 아니라 모두의 어머니였다(실제로 빠벨의 동지들은 모두 그녀를 '어머니'라 부른다) ㅡ 「우리는 모두 한 어머니의 자식들입니다. 이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한 형제예요.」(해설 p.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