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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_롱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1)



지 오웰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라며 한결같이 인간이 만든 것들에 대한 경이로운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그의 숨은 걸작 『숨 쉬러 나가다』에서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한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라고(p.311). 실제로 오웰은 장신에다가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뚱보 조지 볼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라 불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험영업사원인 조지 볼링은 우연히 생긴 17파운드를 가지고 아내 모르게 시가를 사는 동시에 20년 전 떠나온 고향으로의 일탈(말이 조금 이상하지만)을 감행한다. 여섯 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낚았던 물고기, 청소년기에 읽었던 1페니짜리 소년 주간지와 소설들, 전쟁 통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진 고향과 역시나 어릴 적 좋아했지만 지금은 뚱뚱하고 추한 할망구로 변해버린 엘시. 모든 것은 '현대'에 의해 변해버렸다. 물론 성장도 했을 것이다 ㅡ 성장 없이 추해지기만 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러나 그 성장이라는 것에 반비례해 현대는 과거의 감각을 앗아갔으며 낯섦과 불안만을 남겨놓았다. 결국 어딜 가나 대규모 주택단지와 공업타운만이 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조지 볼링의 친구 포티어스가 한 말이 실감난다. 「이 친구야!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네.」(p.226) ㅡ 현대에 남겨진 사십대 남편이자 아빠인 조지 볼링이 불현듯 2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이 슬픈 오디세이는 간결한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 생각이 딱 떠오른 건 새 틀니를 하던 날이었다.'